[WHY] 뮌헨모터쇼에 반도체 제조사 고위임원 총출동한 이유

진상훈 기자 2021. 9. 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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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업체들과 반도체 제조사들의 협력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차량 전장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의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동차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YONHAP PHOTO-5115> IAA모빌리티에서 소개된 메르세데스-벤츠 콘셉트카 (뮌헨=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메르세데스-벤츠가 7일(현지시간) 독일 IAA 모빌리티 2021에 전시한 콘셉트카. 2021.09.07 yulsid@yna.co.kr/2021-09-07 23:39:20/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Internationale Automobil-Ausstellung) 모빌리티 2021(이하 뮌헨모터쇼)′에 반도체 제조사인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의 고위 경영진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고 12일(현지시각) 전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격년제로 열리며 디트로이트·제네바·파리모터쇼와 함께 세계 4대 모터쇼로 꼽히는 이 행사는 올해부터 뮌헨으로 장소를 옮겼다. 세계 최대 모터쇼 중 하나답게 주로 글로벌 완성차·부품 업계 관계자들이 많이 찾는 행사로, 반도체 제조사 임원들이 총출동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WSJ는 뮌헨모터쇼에 반도체 제조사 경영진이 온 것은 최근 자동차와 반도체 업계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완성차 업계가 반도체 부족 사태로 1년여 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두 업계의 이 같은 공생 관계는 더욱 두터워진 상황이다.

이번 모터쇼에 참석한 인텔의 팻 갤싱어 최고경영자(CEO)는 7일 가진 연설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는 이제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됐다”며 “자동차는 ‘타이어를 장착한 컴퓨터’로 우리가 함께 혁신하고 공생할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프리미엄 세그먼트 자동차의 생산 비용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9년 4%에 불과했지만, 2030년에는 20%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장기술 고도화로 차량 탑재용 반도체의 수가 늘어나고 단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 자동차는 '타이어를 장착해 달리는 컴퓨터'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고도화된 정보기술이 탑재되고 있다. 사진은 통신용 반도체 업체인 미국 퀄컴이 선보인 자동차 운전석 대시보드(위)와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튼이 공개한 신형 전기차의 운전석. /AP연합뉴스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 대한 자동차 업체들의 구애는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임러그룹의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지난주 WSJ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수급을 위해 제조사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임러그룹에 속한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반도체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뮌헨모터쇼에 참석한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도 자사의 5G 통신 관련 반도체 기술이 완전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자동차 분야는 IT 기업의 중요한 일부로, 자동차와 IT 업체가 직접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성장이 한계에 부딪혀 고전해 온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자동차 시장이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리서치업체 IHS 마킷은 자동차 반도체 시장의 규모가 올해 약 520억달러 수준에서 2027년에는 약 85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HS의 자동차 부문 애널리스트인 필 암스러드는 “휴대전화 시장이 오래된 기기를 교체하려는 수요에만 의존하는 반면 자동차는 끊임 없는 신차 출시로 반도체 탑재량이 증가하고 기술 수준도 정교해지고 있다”며 “자동차 부문은 반도체 제조사들에게 상당한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지난 1월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이번 모터쇼에서는 르노에도 자사가 생산한 반도체 칩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46억달러를 투입해 스웨덴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업체인 베오니어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인텔은 PC의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을 석권한 것처럼 자율주행차의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인텔이 자사의 기술을 자동차에 구현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최근 반도체 제조사들은 아예 완성차 업체들과 손잡고 자율주행기술 개발이나 로보택시 등에 직접 투자하며 보폭을 넓히는 추세다.

인텔은 지난해 인수한 무빗의 모빌리티 솔루션과 자회사 모빌아이의 자율주행 기술 등을 활용해 로보택시 서비스를 곧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모빌아이는 유럽의 렌트카 업체인 식스트 SE와 합작해 내년부터 뮌헨을 시작으로 자율주행택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반대로 완성차 기업들 역시 잇따라 외부 인재를 영입하거나, 자체 IT 기술 개발에 거액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동차와 IT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진 최근 시장에서 생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통의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는 애플과 테슬라 등에서 일했던 덕 필드를 영입했다. 필드는 자동차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과 커넥티드카의 수익성 극대화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도 지난달 개최한 ‘AI(인공지능) 데이’에서 완전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슈퍼컴퓨터 ‘도조’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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