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복 벗은 작가 "사법부 풍자, 부담은 없었죠"

박준호 기자 2021. 9. 1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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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악마판사'를 통해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던 건 사법뿐 아니라 정치, 경제, 언론, 시민사회까지 전방위적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를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미성숙하다고는 생각지 않기에 전직 판사로서 사법 풍자에 특별한 부담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악마판사'는 문유석 작가가 법복을 벗고 각본 집필에만 전념하면서 내놓은 첫 작품으로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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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악마판사' 문유석 작가
"전체주의에 대한 경고가 핵심
사회시스템 개선 노력 있어야"
최근 드라마 ‘악마판사’의 각본을 쓴 문유석 작가. /사진 제공=tvN
[서울경제]

“제가 ‘악마판사’를 통해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던 건 사법뿐 아니라 정치, 경제, 언론, 시민사회까지 전방위적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를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미성숙하다고는 생각지 않기에 전직 판사로서 사법 풍자에 특별한 부담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악마판사’는 문유석 작가가 법복을 벗고 각본 집필에만 전념하면서 내놓은 첫 작품으로 이목을 끌었다. 드라마 시청률이 선방하면서 그는 전업 작가로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는 서울경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묘하게도 시간은 훨씬 많아졌는데 훨씬 더 힘들었다. 본업이 따로 있을 때는 글쓰기가 힐링이었는데, 직업이 되고 나니 스트레스가 되더라”며 “사람이란 참 간사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자유를 찾아 선택한 길이니 후회는 없다. 더 즐겁게, 더 자유롭게 글 쓰고 여행하며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악마판사’ 스틸컷. /사진 제공=tvN

드라마 작가로서 두 번째 작품인 ‘악마판사’도 전작인 ‘미스 함무라비’에 이은 ‘판사’ 이야기였다. 전작이 이상주의적 성향의 초임 판사와 원리원칙 중심의 엘리트 판사가 부딪히는 과정서 법원과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악마판사’는 아예 대한민국을 가상의 디스토피아로서 상정했다. 그만큼 사회가 더 망가졌다는 판단이 담긴 셈이다. 사법부도 정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전직 판사로서 부담이 있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사법부를 정면으로 풍자하는 게 핵심 기획의도는 아니었다”며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전체주의, 극단주의의 징후에 대한 경고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드라마에서는 세 자리 수 징역형, 태형 집행, 재판부 법정의 자폭 등 현실적이지 않은 징벌로 이른바 ‘사이다’급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한편으로는 잔혹한 형벌 집행 장면에 고개를 돌리는 모습도 집어넣었다. 초기 기획의도에서부터 ‘사이다’의 명암을 묻고자 했다고 밝혔던 문 작가는 “‘사이다’를 향한 사람들의 바람에는 현실에 대한 불만, 시스템 오작동에 대한 분노가 들어있고, 민주주의는 이를 존중하는 게 기본”이라면서도 “해법은 ‘사이다’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로잡으려는 진중한 노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악마판사’ 스틸컷. /사진 제공=tvN

그가 지금까지 쓴 드라마 시나리오나 에세이 등 여러 글의 소재는 대부분 판사나 법정이 차지하지만, 작가로서 그의 관심사는 훨씬 다양하다. 문 작가는 앞으로 코믹, 휴먼, 스릴러, SF,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제가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 장르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다음번엔 밝고 쉽고 낙관적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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