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순항미사일 개발 수준은?..유사시 美 항모전단 등 타격 목표
"작년 10월 열병식 때 선보인 것과 같은 기종일 가능성"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북한이 지난 주말 사거리가 무려 1500㎞에 이르는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힘에 따라 그들의 순항미사일 개발 수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사시 한반도 주변 해상에 전개될 미군 항공모함 전단 등을 타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 같은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 국방과학원은 지난 11~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올 들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직후인 1월22일, 그리고 3월21일 등 최소 2차례에 걸쳐 서해 방향으로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을 직접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으나, 순항미사일은 그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은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이 파악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지난 3월25일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신형 전술유도탄) 2발을 동해상을 향해 시험 발사했다.
로켓엔진을 동력으로 삼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제트비행기처럼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연료를 태우는 제트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기권 안에서만 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순항미사일은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가 음속보다 느리고 크기도 작아 파괴력 또한 약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 각국이 개발하고 있는 순항미사일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되고 있는 상황. 이를 테면 미군의 '토마호크'처럼 컴퓨터를 이용해 미리 입력해둔 지형정보나 각종 유도장치를 이용해 저공으로 목표물까지 닿을 수 있는 '정밀타격'용 무기로 순항미사일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에선 제트엔진에 소형원자로 기술을 적용해 음속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초음속 순항미사일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초저공으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은 육상이나 해상의 기존 레이더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전술핵무기'로서의 역할도 해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에 따르면 북한의 순항미사일 가운데 현재까지 그 제원이 일정 부분 파악된 것은 '금성1호'(KN-01)과 '금성3호'(KN-19) 등 2가지가 있다.
'금성1호'는 길이 7.36m, 직경 76㎝, 발사중량 3톤의 지대함 및 공대함 순항미사일로서 옛 소련제 P-15 '테르미트'(나토명 SS-N-2 '스틱스') 또는 중국이 이를 기반으로 만든 '하이잉'(HY) 미사일(CSS-C-2 '실크웜')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110~300㎞ 정도이며, 최대 500㎏의 고폭탄두 1개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80년대엔 이 미사일 초기 모델을 이란에 수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북한은 1997년 5월엔 이 미사일의 유효 사거리를 기존 85㎞에서 160㎞로 늘린 'AG-1'('하이잉-2' 개량형)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2011년엔 최소 2차례에 걸쳐 일류신(IL)-28 폭격기를 이용한 '금성1호' 기반 공대지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북한이 가장 최근에 '금성1호' 시험발사를 한 건 2015년 6월이다. 당시 북한은 이 미사일 3발을 연이어 쐈고, 비행거리는 100㎞, 비행시간은 약 26분으로 탐지됐다.
'금성3호'는 2014년 6월 북한의 선전영상을 통해 처음 공개된 대함 순항미사일로서 전문가들은 러시아제 Kh-35 미사일을 기반으로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Kh-35는 길이 4.4m, 직경 42㎝, 발사중량 480㎏이며, 145㎏ 상당의 고폭탄두 1개를 실을 수 있다. 사거리는 130~250㎞ 정도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금성3호'의 첫 시험발사는 2015년 2월 해상에서 이뤄졌고 당시 비행거리는 200㎞에 이르렀다.
북한은 이후 2017년 4월15일 제105주년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열병식에서 '금성3호' 발사관 4기가 실린 차량을 선보였고, 같은 해 6월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첫 지상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이 당시 '금성3호' 미사일은 고도는 최고 2㎞를 기록했고, 약 200㎞를 날아간 것으로 탐지됐다.
북한은 작년 4월에도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실시한 대규모 화력타격훈련의 일환으로 '금성3호'를 쐈다. 이때 비행거리는 150㎞ 정도였다.
그러나 북한 국방과학원은 이번에 시험발사한 미사일들이 7580초(2시간6분20초) 간 1500㎞를 날았다고 밝혔다. 북한 측 주장대로라면 과거에 비해 비행시간과 거리 모두 대폭 늘어난 것이다.
국방과학원은 또 이번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타원·8자형 비행궤도"를 언급, 비행 중 고도나 경로를 변경할 수 있는 '웨이포인트'(way point·중간지점) 설정 기능도 탑재돼 있음을 시사했다. '금성3호'도 '웨이포인트'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금성3호' 이후에도 순항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온 정황은 그동안에도 수 차례 관측돼왔다.
미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데이브 슈멀러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9월 이후 북한 동해안의 해군기지 여러 곳을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사진에서 순항미사일 표적함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이 목격됐다.
북한은 또 올 1월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했다"고 밝혔고, 이후 진행된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이 해당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을 공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 1월 열병식 때 공개한 것과 이번에 시험한 순항미사일은 다른 기종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작년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선보인 발사관 5개짜리 순항미사일을 이번에 시험한 것일 수 있단 관측을 내놓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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