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진, 母라는 이름으로 다시 쓴 필모그래피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1. 9. 1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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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유진, 사진제공=인컴퍼니

지난 1년간 이 배우의 연기를 지켜보며 그를 다시 보게 됐다. 한때 요정이라 불렸던 여자, 그래서 연기보단 고운 얼굴로 더 눈길이 갔던 그런 배우였다. 비주얼 하나로 90년대와 2000년대 가요계를 평정하고, 올리비아 핫세라는 별명까지 있던 그. 바로 유진이다.

유진이 그룹 S.E.S. 멤버에서 배우로 전향한 지도 올해로 20년이 됐다. 2001년 MBC 단막극으로 데뷔해 쌓아온 필모그래피는 한참 페이지를 넘겨야만 다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길다. 늘 주연급으로 활약했던 그는 자신의 이미지와 잘 어울러지는 역할만 연기하며 안정적으로 배우 생활을 이어왔다. 굴곡진 연기 인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 연기 분야의 정점을 찍은 것도 아닌 평이한 행적이었다. 배우의 품새가 완연함에도 불구하고 유진의 출연작을 쉽사리 떠올리가 힘든 게 이 때문이다.

그런 그가 드디어 필모그래피에 강렬한 방점을 찍었다. 바로 지난해부터 올해 안방극장을 장악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오윤희를 연기하면서다. 이제 유진은 자신의 이름보다 오윤희라는 배역 이름으로 대중들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린다. '펜트하우스'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린 드라마로, 지난해 방송된 시즌1이 28.8%, 시즌2가 29.2%, 시즌3가 19.1%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해당 드라마는 각종 패러디와 밈 등을 양산하며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유진은 딸 배로나(김현수)만큼은 돈에 허덕이며 살게 하진 않겠다는 마음으로 억척스럽게 사는 모성애 강한 엄마 오윤희를 맡아 열연했다. 오윤희는 '펜트하우스'에서 선역과 악역으로 구분 지을 수 없던 유일한 캐릭터로, 시즌마다 성격을 달리하며 가장 요동치는 감정선을 보여줬다.

'펜트하우스'가 끝난 현 시점, 유진의 이미지에 확실한 변화가 생겼다. 비록 밉살스러운 구석이 있던 캐릭터였지만, 이러한 감정이 드는 것 또한 유진이 그만큼 연기를 잘했기 때문임을 알기에 '배우 유진'의 가능성을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앞으로가 더욱 궁금해졌다. 

유진, 사진제공=인컴퍼니

1년 반이라는 적지않은 시간 동안 '펜트하우스'의 오윤희로 살았어요.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만큼 즐겁게 촬영했고 많은 사랑을 받아서인지 힘들진 않았어요. 오윤희라는 캐릭터가 쉽지 않은 캐릭터고 행복하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정이 많이 가서 보내기가 아쉽더라고요. 드라마 자체가 자극적이긴 했지만 사랑을 많이 받았고, 그만큼 쏟아 부은 애정이 많아서 애착이 많이 가는 드라마예요. 시원섭섭해요."

오윤희는 자식 때문에 남의 자식을 죽이고, 또 자기 자식이 죽는 것도 경험해요. 

"사실 연기하기가 좀 힘들었어요. 초반 오윤희의 살인이 사실 저로선 납득하기가 좀 힘들었어요. 연기를 하려면 이입을 해야 하는데 이해가 가지 않아 힘들었고, 그래서 작가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수밖에 없던 캐릭터였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오윤희라는 캐릭터에 잘 접근할 수 있었죠. 솔직히 아이를 죽이는 감정에 실제 공감은 되지 않아요. 연기하면서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실제 그 감정을 느끼진 못했어요. 반대로 내 자식이 죽는 연기는 실제 자식이 있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보니 몰입하기가 쉬웠어요. 정말 슬펐죠. 연기 자체는 쉽지 않았고 너무 힘들었어요. 극한의 경험을 통해서 오윤희를 연기하면서 해보지 못한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도전 의식과 성취감이 분명히 있었어요. 확실히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였지만 하고 나면 성취감도 컸어요."

극한의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 많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어떤 신이었나요?

"아무래도 내 자식이 죽는 연기였던 것 같아요. 자식이 죽는다는 상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극한의 상황이었어요. 하기 싫은 장면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진이 많이 빠졌어요. 사실은 다신 하고 싶지 않은 연기예요."

오윤희는 선도, 악도 아닌 욕구에 충실했던 인간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물을 연기를 할 때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셨는지요?

"저와는 다른 인간이기 때문에 힘들었어요. 그간 제가 봐왔던 작품 속 캐릭터와도 부합하는 역할을 찾을 수 없었고요. 그래서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때 작가님께서 자신과 가장 흡사한 캐릭터가 오윤희라고 해서 놀랐죠. 하지만 그 덕분에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거기에 입각해 오윤희에 대한 생각을 설득할 수 있었어요. 인간 유진으로서는 100% 이해할 순 없었지만 세상에는 비현실적 인물도 존재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연구해서 연기했어요."

유진, 사진제공=인컴퍼니

오윤희가 시즌3 초반에 사망하며 다른 인물들보다 일찍 하차했어요. 아쉽진 않았나요?

"아쉬운 부분도 있긴 했는데 어쨌든 작가님이 정하신 순서고 드라마틱한 죽음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의미있는 일들을 하면서 죽었다고 생각해서 괜찮았어요. 제 죽음으로 천서진(김소연)이 개입하면서 충격적인 비밀이 탄생된 거잖아요. 아쉬웠던 건 일찍 하차한 것보다 딸인 로나를 혼자 두고 떠난다는 게 더 슬프더라고요."

'펜트하우스'에 대한 시청자 사랑이 커질수록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을 거 같아요.

"그래서 설득력이 부족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초반에 배역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해서 욕을 좀 많이 먹었잖아요. 드라마 전개가 워낙 빨랐어서 설득력을 채우기가 힘들었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신을 촬영해도 편집되는 분량도 있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촬영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제 자신이 일단은 오윤희라는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게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어요. 매 신마다 100% 설득력을 가지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생각해요. 아쉬운 것도 있어요. 아무래도 이 캐릭터가 설명이 다 되어지지 못한 신도 있어요. 전개가 워낙 빠른 드라마인데 걸러지는 신까지 있다보니 많이 아쉬운 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이번 역할을 통해 더욱 품넓은 배우로서 가능성을 본 듯해요. 윤희를 연기하면서 많은 도전 정신이 깃들었던 것 같은데 후속작을 한다면 또 어떤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지요?

"소재에 있어서는 타입슬립이나 판타지 같은 장르에 출연해 보고 싶어요. 캐릭터적으로도 오윤희를 도전하면서 힘들었지만 그만큼 재밌었어요. 도전을 하면서 아무래도 더 열정을 쏟아 붓게 되더라고요. 끝내고 나니 성취감도 있어서 후속작도 살짝 도전을 할 수 있는 작품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현실성이 짙은 하이퍼리얼리즘도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이 됐든 항상 즐겁게 만들어갈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2001년 MBC 단막극을 통해 연기를 처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때와 지금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했죠. 당시에는 정말 '재밌을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 가수보다 배우를 먼저 하고 싶었어요. 가수를 먼저하게 됐지만 연기 기회가 왔을 때 흔쾌히 잡았죠. 지금은 당연한 저의 직업이 됐죠. 당연하지만 너무 감사한 거죠. 지금까지 꾸준히 해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그리고 그때와 달리 지금은 연기 자체를 좀 더 많이 즐기는 것 같아요."

드라마 열렬 시청자도 많았어요. 그분들께 한마디 한다면요?

"정말 감사드리다고 말하고 싶어요.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롱런을 해서 작품을 마칠 수 있었던 게 분명하니까요. 자극적이기도 했고, 전개가 굉장히 새롭게 다갔을 수도 있고, 충격적으로 다가갔을 수도 있는데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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