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통화' 미중, 또 으르렁..'대만' 건드리자 '경제·군사 대응' 맞불

정윤영 기자 2021. 9. 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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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분야 모색" 두번째 정상 통화 며칠만에 '도돌이표'
美, 대만·보조금 제재 만지작..中 "조만간 대만 상황 급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중 정상이 경색된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 7개월 만에 전화기를 들었지만 90분간 통화가 무색할 만큼 기대하던 '해빙무드'는 찾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양측은 전화통화 이후 더욱 거친 설전을 벌이며 관계가 도돌이표를 찍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일 밤 더는 양국 관계를 실무진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약 90분간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변화시킬 생각이 없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성의 있는 교류와 건설적인 대화를 하길 원한다. 양국은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을 정해 충돌을 피하고 미-중 관계를 정상 궤도로 회복시키기를 원한다"고 손을 뻗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고 미국은 가장 큰 선진국이다. 양국이 관계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세계의 미래와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이는 양국이 잘 대답해야 할 세기의 질문"이라고 화답했다

시 주선은 이어 "양국이 서로의 핵심 우려를 존중하고 차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시 주석이 언급한 '핵심 우려'란 대만·홍콩·신장 등 내정간섭을 의미한다.

◇ 바이든, 취임 후 두 번째 통화…기대하던 '해빙무드' 없어: 표면적으로 두 정상의 대화 자체는 해빙무드를 연출하는 듯 보였다.

양국 정상의 이번 통화는 지난 2월 첫 전화 통화 이후 약 7개월 만에 이뤄졌고, 이 기간 미-중 관계는 경색될 만큼 경색됐기 때문에 두 정상의 대화는 화해의 제스처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취임 후 첫 통화에서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관행, 홍콩에서의 인권 탄압, 신장에서의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유린, 대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점점 더 강경해지고 있는 군사행동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 홍콩, 신장, 대만 등 중국의 주권과 영토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하기를 바란다고 받아쳤다.

이후 양국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며 교착상태에 빠졌던 터라 이번 전화 통화로 미-중 관계 회복의 초석이 마련될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양측이 '90분'간 통화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양측은 거침없는 설전을 펼치면서 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바이든, 시진핑 겨냥 "독재자" 표현…中 산업보조금 제재 검토도: 수화기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을 겨냥해 '독재자'(autocrat)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백악관은 중국의 과도한 산업보조금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펜실베이니아 생크스빌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21세기에는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없다고 진정으로 믿는 독재자들이 많이 있다. 농담이 아니다"라며 시 주석을 저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사람들이 너무 분열돼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독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미 행정부가 현재 미 무역법 301조, 이른바 슈퍼301조에 따라 중국의 산업 보조금 문제 조사를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 중국 보조금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 백악관,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처'→'대만 대표처' 명칭 변경 검토: 여기에 미국은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만' 이슈를 건드렸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2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워싱턴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처(Taipei Economic and Cultural Representative Office)'의 명칭을 '대만 대표처(Taiwan Representative Office)'로 바꿔 달라는 대만 측 요청을 받아들일지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거듭된 '선 넘는 행위'에 경제 봉쇄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같은 날 "미국과 대만이 요청한다면 진정한 교훈을 가르쳐라" 제하의 사설을 통해 "외교적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이 명칭을 변경하면 중국은 미국 그리고 대만의 오만과 싸우기 위해 경제적·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상황에 따라 경제적 봉쇄조치를 대만에 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대만 해협에는 폭풍우가 몰아쳐 대만 상황이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대만의 현재 행동으로 미뤄 볼 때 우리는 그들이 '명칭 변경'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해도 그들이 곧 다시 나설 것이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대만 해협에서 미국을 날려버릴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만은 중국에 있어 예민한 주제다. 중국과 대만은 1949년 국민당-공산당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쫓겨난 이후 분열됐지만,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영토의 일부로 여전히 보고 있다.

그러나 대만에서는 독립을 추구하는 분리주의 활동이 거듭 시도되고 있다.

50년 전 중국에 의해 유엔에서 축출된 대만은 최근 재가입을 위한 국제적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지난달 대만과 일본의 집권 여당은 최근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며 군사 교류 가능성도 논의했다.

해석에 따라 미국은 중국에 손을 내미는 한편 다각도로 압박에 나서고 있어 중국의 반발을 키울 여지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양국 정상은 아직 단 한 차례의 대면 정상회담도 갖지 못했다. 여기에 시 주석이 올해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화상으로 참석할 것을 검토하고 있어 미국의 신임 대통령과 중국 정상 간 첫 회담이 1997년 이래 가장 늦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만 국기가 계양돼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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