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늘어난 플라스틱 먹어치우는 미생물 찾아내는 키트 개발

이새봄 2021. 9. 13. 12: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학연,일주일만에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찾아내는 키트 개발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도 심각해지고있다. 플라스틱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하기때문에 자연에서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 즉 대부분의 미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구에는 인류가 밝혀내지 못한 미생물이 90%나 된다. 어딘가에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는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 일부 연구를 통해 분해효소를 분비해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섭취하는 특정 미생물들이 밝혀지기도 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신기영 박사팀은 이렇게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능력이 있는 미생물을 쉽고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 키트를 통해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많이 확보하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원 측의 기대다.

과거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을 하나 찾기 위해서는 수년에서 수십년의 시간이 걸렸다. 플라스틱 조각을 흙이나 강·바다에 놓고 썩을 조짐이 보일 때까지 기다린 다음, 그것을 꺼내 썩은 부분 주위의 미생물들을 채취하고 배양하는 방법이다. 플라스틱은 잘 썩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웠다. 하지만 화학연 연구팀이 개발한 스크리닝키트를 활용하면 이 시간을 1주일 이내로 단축시킬수있다.

스크리닝 키트는 손바닥 크기의 둥근 샬레다. 우선 빈 샬레에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한천으로 된 얇은 땅(배지)을 깐다. 그 위에 플라스틱을 녹인 용액을 스프레이로 뿌려 마이크로 사이즈로 코팅한다. 그 다음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 강물이나 해수, 흙탕물 등을 뿌리면 이 안의 특정 미생물들이 플라스틱 코팅된 부분을 먹어치운다. 플라스틱이 없어지면 배지만 드러나 이 부분 색깔이 투명해진다. 투명해진 부분에 있는 미생물들을 도구로 조심스럽게 긁어서 채취한다.

키트 제작 및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추출 과정 [제공 = 화학연구원]
배지에는 미생물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금 등이 포함되어있다. 보통 미생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설탕을 비롯해 영양이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지만, 이 키트에서는 최소한의 생명만 유지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됐다. 먹이가 풍부하면 미생물들이 다 잘 자라, 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는 미생물만 골라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은 일주일 안에 끝난다. 플라스틱을 작은 크기인 직경 20 마이크로 미터 미만의 사이즈로 코팅했기 때문에 표면적이 넓어 미생물이 빠르게 분해할 수 있어서다. 또한 플라스틱을 영양분으로 삼은 미생물이 짙은 농도로 번식하고 생장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추출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연구진은 키트를 통해 플라스틱 필름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하수 처리장 및 토양으로부터 3일 이내에 추출해냈다. 추출한 미생물을 배양한 곳에 1cm x 1cm 면적의 100마이크로 미터 두께 필름을 넣으면 2주 안에 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

발굴 미생물을 단일 배양해 14일간 플라스틱 필름을 분해한 이미지. 움푹 패인 부분은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분해한 것을 보여준다. [제공 = 화학연구원]
연구결과는 국내 특허 출원 후 국제학술지 '그린 케미스트리' 7월호에 뒷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 키트를 활용해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균주를 다양하게 확보 후 대량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미생물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플라스틱을분해하는지를 연구해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기술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오동엽 박사는 "플라스틱 자연 분해는 미생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정·유통하고 공급하는 과정 등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상용화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어 향후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들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그는 또 "해외 연구실들은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리스트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국가적 자산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분해 미생물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키트가 상용화되면 국내 연구실들이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을 빠르고 쉽게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고 밝혔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화학연구원 주요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과 시스템산업거점기관지원사업으로 수행됐다.

[이새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