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플라스틱 먹는 미생물' 신속히 찾는 기술 개발
[경향신문]
국내 연구진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특정 미생물을 자연계에서 1주일 안에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십년까지 걸리던 미생물 발견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검출용 키트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그린 케미스트리’ 최근호에 게재됐다.
가볍고 튼튼해 인류가 20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한 플라스틱은 지금은 환경을 파괴하는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다. 미생물 대부분이 플라스틱을 먹지 않아 썩어 없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자연계에 존재하는 일부 미생물 중에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는 것들이 있다. 이런 특이한 미생물을 많이 찾아내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생기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미생물을 발견하려면 수년에서 수십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조각을 흙이나 강, 바다에 던져놓은 뒤 썩을 조짐이 보이는 부위에서 미생물을 뽑아내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조금만 먹어도 금방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쓰는 원형 접시 ‘샬레’에 인공적인 땅을 깔고 플라스틱을 녹인 용액을 2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 두께로 얇게 뿌렸다. 이렇게 하면 플라스틱의 표면적이 넓어져 미생물이 먹기 쉬운 상태가 된다. 여기에 연구진은 수많은 미생물이 사는 강물이나 바닷물, 흙탕물을 분사했다. 플라스틱을 먹는 미생물이 있다면 플라스틱 코팅막이 사라지게 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현장에 실제로 적용해보니 플라스틱 먹는 미생물을 국내 하수처리장과 토양에서 이르면 3일만에 추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연구진은 이런 미생물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할 계획이다.
연구를 이끈 오동엽 화학연구원 박사는 “해외에선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 이름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만큼 중요한 국가 자산으로 여긴다”며 “이 기술이 상용화한다면 국내 과학계에서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을 빠르고 쉽게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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