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중산층 번지는 주거불안

2021. 9. 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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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사기는 망했다)'이 내 얘기는 아닐 줄 알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서울 외곽의 작은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마련해 평범하게 살 거라 생각했다.

김씨는 이제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전세를 살지, 예산에 맞춰 경기 외곽지역으로 갈지 고민 중이다.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위 소득의 중산층 가구조차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주거 환경이 불안정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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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매맷값 1년새 17.9% ↑
청약 당첨도 대출도 힘들어
대기업 직원마저 내집 포기

#. 서울에서 대기업을 다니는 김모 씨(36)는 결혼을 앞두고 올해 초 신혼집을 알아봤지만 집값이 너무 비싸 매매를 포기하고 혼자 살던 전셋집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종잣돈을 더 모아 집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마음을 고쳐먹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지금이 아니면 집을 살 수 없겠다는 위기감이 들어서다. 그러나 8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해도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집은 별로 없었고 반년 새 더 줄어 있었다. 출퇴근 1시간대 거리의 경기권 아파트도 예산은 빠듯했다.

김씨는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사기는 망했다)’이 내 얘기는 아닐 줄 알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서울 외곽의 작은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마련해 평범하게 살 거라 생각했다. 김씨는 이제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전세를 살지, 예산에 맞춰 경기 외곽지역으로 갈지 고민 중이다.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뛰면서 주거 불안을 호소하는 계층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위 소득의 중산층 가구조차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주거 환경이 불안정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집값은 급등한 탓이다. 청약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고 정부가 대출을 죄면서 주거 사다리도 흔들리고 있다. ▶관련기사 3·12·20면

1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년 전보다 17.9% 올랐다. 작년 8월 연간 상승률(9.83%)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부동산 시장 버블기로 꼽히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8년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살 수 있던 돈(평균 매매가 4억4067만원)이 이제는 전셋값(4억4156만원) 수준이 됐다. 지난 1년간 집값 흐름은 기록의 연속이었다. 공급 부족, 과잉 유동성 등으로 패닉바잉(공황구매)이 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하반기에만 KB국민은행 집계 기준 10.19% 뛰었고, 올해 소폭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오름폭을 좁히지 않았다. 최근 거래절벽 양상이 심해지고 있음에도 가격은 여전히 상승 기조다.

집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대출을 받아서라도 살 만한 집은 크게 줄었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각오를 했다고 해도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 각종 규제에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일부 은행에선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근 1년간 서울 주택 구매자의 15%는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대출 금액이 평균 1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시장에서도 내 집 마련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14.1대 1에 달한다. 치열해지는 경쟁에 청약 점수가 60점은 돼야 당첨이 가능한 실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3년 차부터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특히 새 임대차법 강행 이후 전셋값이 뛰면서 매매가도 폭등세를 보였다”며 “지금은 중산층도 도시에 살기 어려워졌는데 결국 사회적 기회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자산 양극화, 계층 분화, 박탈감·분노 등 사회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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