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野, 뭉치지 않으면 궤멸된다

기자 2021. 9. 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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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고발사주·정치공작 중대 기로

여당·법무·검찰·공수처 총공세

윤석열 호불호에 野 오합지졸

尹 낙마, 洪·劉 반사이익 의문

이준석은 중립 내각 요구하고

안철수도 정치 공작 반대해야

대선 정국이 ‘고발 사주’냐 ‘정치 공작’이냐의 기로에 섰다. 사실과 주장이 뒤섞여 아직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 대선 전에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것 같다. 여야 어느 쪽이 프레임을 잘 짜고, 선전·선동을 잘하느냐의 경쟁으로 접어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검찰·공수처는 스크럼을 짠 듯이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관여됐다는 고발 사주의 배후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 같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 제보자와 국정원장의 수상한 만남 등을 내세워 정권의 공작이 아니냐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여권에 비하면 오합지졸이다. 당 내부에서도 경쟁자인 윤석열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레임 전쟁에서 여권이 승리하고, 윤석열이 쓰러지면 야권은 어떻게 될까. 가장 많은 지지를 받던 윤석열의 공백을 다른 대선 주자들이 메꿀 수도 있겠지만, 국민의힘의 무능과 무기력으로 미뤄볼 때 야권 전체가 궤멸하는 길로 갈 가능성 더 커 보인다.

야권이 프레임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섯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얼마나 만만해 보였으면 공수처가 야권 선두 주자를 별다른 증거도 없이 입건했겠는가 반성해야 한다. 이준석은 고발 사주를 두둔하지는 않더라도, 정치 공작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수처 수사를 중단시키라고 요구해야 한다. 1997년 대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를 중단시켰다.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박범계 법무·전해철 행안부 장관,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조해주 선관위 상임위원 사퇴와 김부겸 국무총리의 탈당도 요구해야 한다.

둘째, 홍준표 예비후보. 윤석열에 대한 악감정은 이해할 만한 측면도 있다. 홍준표가 발탁해서 공천을 준 의원들까지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도 모자라, 본인의 복당까지 막은 것이다. 그러나 여권과 편을 먹은 듯 윤석열 공격에 앞장서는 것은 본인이 싫어하는 ‘배신자’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홍준표는 정치적 결정의 90%를 혼자 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출마라 마음이 급한 것 같다”고 말한다. 홍준표는 고발 사주 논란 이전에도 윤석열을 많이 쫓아가면서 야권의 파이를 키웠다. 꼭 여권의 공격에 합세해야 할 필요는 없다. 현 상태에서는 윤석열이 낙마해도 그의 지지자들은 홍준표를 찍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실패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유승민 예비후보. 고발 사주에 대해 “김웅은 깃털,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했다. 어디서 확인했는지 궁금하다. 당 토론회의 면접관들은 유승민에게 계속 ‘배신’에 대한 질문을 한다.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정책적 식견을 보지 않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만 따지는 정치판이 답답하겠지만, 왜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유승민은 준비된 후보다. 윤석열이 낙마해야만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다.

넷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발 사주에도, 정치 공작에도 본격적 참전은 하지 않고 있다. 여러 차례 정치 공작에 희생됐다는 인식을 가진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안철수는 지난달 2일 청와대 앞에서 드루킹·김경수 여론조작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했을 때 윤석열이 응원 방문을 하지 않은 것을 의미 있는 메시지로 생각한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7일 오찬 회동 뒤 정권 교체를 위해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추가 연락은 없었고, 소통 라인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이젠 윤석열이 더 아쉬운 상황이 됐다.

다섯째, 윤석열. 지난 7월 24일, 윤석열은 ‘국민 캠프’ 멤버들과의 첫 상견례에서 “나는 당선 안 되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할 것”이라면서 “여러분도 그런 생각이 없으면 떠나셔도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구속됐을 것이고, 여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도 구속될 것이다. 20세기 세계사 최고의 걸작이라는 ‘모던 타임스’의 저자 폴 존슨은 “역사는 논리도 정당성도 없는 연대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일 뿐이라는 것을 아는 윤석열이 끝까지 싸우리라는 것만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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