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풀기 시작한 사우디 아람코.. 건설사 해외 수주 기지개 켜나

허지윤 기자 2021. 9. 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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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 의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가 다시 시동이 걸리면서 건설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지지부진한 해외 플랜트 수주가 살아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 아람코의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인 ‘나맷(Namaat)’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하는 ▲지속 가능성, ▲기술, ▲산업 및 에너지 서비스, ▲첨단 소재 등 4개 분야 13가지 과제를 수행할 22개 파트너 기업을 공개했다.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일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 ‘나맷(Namaat)’을 발표하고 있다. /아람코 홈페이지

한국 건설사 중에는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포함됐다. 두 회사는 나맷 프로젝트 중 ‘설계·조달·시공(EPC) 투자’ 분야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아람코의 이번 발표로 국내 시장에서는 멈췄던 해외 수주의 재개 가능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번 EPC 분야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이 입찰한 자푸라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와 자줄루프 육상 원유개발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도 있다.

작년에 취소됐다가 올해 발주 절차가 재개된 자프라 가스 플랜트는 메인 패키지 시설 5개와 기타 시설 공사로 구성돼 있다. 메인 패키지 공사비만 4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가스 압축, 처리, 유틸리티 등 3개 패키지 시설공사에 입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줄루프 육상 원유개발 사업은 줄루프 연안 해상 유전에서 추출한 원유와 가스를 육상으로 운반하고, 이를 처리하는 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육상 패키지 시설 2개에 입찰했다. 2개 패키지 규모는 42억5000만 달러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당 프로젝트는 하반기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대표 파이프라인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발표되면 해외수주 모멘텀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수주 가능성도 꽤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우디 아람코의 산업 투자 계획 발표는 중동 지역 국영석유공사(NOC)들의 플랜트 발주 모멘텀이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면서 “아람코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외에도 DL이앤씨, 대우건설 등 해외 입찰 파이프라인이 두터운 건설사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건설업계에서는 유가 급락과 코로나 19의 충격으로 침체한 해외 발주시장의 분위기가 하반기에 살아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3일 오전 기준 올해 국내 건설업계의 누적 해외 수주 금액은 전년 동기(182억 달러)보다 9% 감소한 166억 달러(19조4884억원)에 그친다. 수주 건수는 331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줄었다.

작년 4분기부터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중동 시장의 정유 플랜트 발주의 긍정적 신호다. 이와 함께 핵심 발주기관인 국영석유기업들의 예산 집행 기조가 확대되는 분위기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 사우디 아람코의 이번 발표에 앞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의 하일&가샤 가스 프로젝트도 수차례 연기된 끝에 올해 2분기에 재개된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롯데케미칼 라인(총 7개 패키지, 24억달러)도 올해 하반기 중 속도가 붙을지 주목되는 프로젝트다. 삼성엔지니어링, DL이앤씨 등이 이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필리핀 남북철도(총 5개 공구, 25억달러)도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이 입찰에 참여해 수주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해외 수주에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고 경계하기도 한다. 수주 회복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시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와 저유가, 세계경기 불확실성 증가로 감소한 발주 사업이 유가 반등과 함께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과 악재가 해소된 게 아닌 상황”이라면서 “단번에 분위기가 급반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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