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선 가점 60점도 '아슬아슬' 사전청약도 내 집마련 '가물가물'

2021. 9.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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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가구 30대도 청약 쉽지않아
만점통장·고가점 통장 속속 등장
사전청약·특공제 개편 나섰지만
공급물량 확대 동반돼야 의미

청약시장에서 ‘내 집 마련’ 문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집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덜한 청약에 대한 수요는 폭발한 반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정부는 청약제도에 각종 ‘땜질’을 더해 수요자가 구축 매입 대신 청약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정해진 물량을 두고 희망고문 대상자만 늘렸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13일 부동산114가 최근 3년(2019~ 2021년)간 1~5월 청약 신청을 받은 민간분양 아파트의 당첨가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최저가점 평균은 32점으로 집계됐다. 2019년(24점)과 지난해(31점)에 이어 오름세다. 수도권은 이 기간 20점대에서 40점대(29점→40점→41점)로 크게 뛰었다.

올해 지역별로는 서울(60점), 세종(59점), 대전(50점), 인천(47점), 울산·제주(39점) 등의 순으로 높았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32점, 부양가족 수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 등 총 84점 만점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서울, 세종 등 인기지역에서는 적어도 60점은 돼야 경쟁해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30대인 세대주가 4인 가족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 청약가점(57점)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만점짜리 통장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만점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각각 15년 이상, 부양가족 수는 6명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지난 6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에선 만점자가 나왔고, 당첨자의 평균 청약가점은 72.9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최근 ‘전국구 로또청약’으로 불렸던 세종시 산울동 ‘세종자이 더 시티’ 청약에서도 만점통장이 나왔다.

청약통장을 장기보유해 고가점이 된 사람 수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기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당첨가점도 치솟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는 2805만480명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 수(2309만3108가구)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청약시장에서 자녀 수가 적거나 무주택 기간이 짧은 20·30대는 가점 경쟁으로 내 집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정부는 최근 사전청약 물량의 절반 이상을 신혼부부에게 배정하고 특별공급 제도 개선으로 청약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등 20·30대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들의 구축 매입을 차단하고자 희망고문하는 장치만 늘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처음 도입된 수도권 공공택지 사전청약(1차)에는 공급물량 4333가구에 9만3000명 이상이 몰렸다. 신혼부부 특별공급(13점 만점)은 남양주 진접2의 일부 주택형을 제외하면 10점은 넘어야 당첨권이었다.

일반공급은 자격조건을 갖춘 신청자 중 청약통장 납입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했는데, 당첨선이 평균 1945만원 수준이었다. 월별 납입 인정액이 최대 10만원이므로, 16년 넘게 매달 저축했어야 당첨권에 들 수 있었다. 이런 경쟁을 뚫은 당첨자는 언제 입주할 수 있을지 모르는 집을 두고 무주택 상태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민간 분양 아파트 특별공급에 추첨제(30%)를 도입한 것은 1인 가구와 소득기준 초과 맞벌이 부부, 무자녀 신혼부부에게도 청약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그런데 추첨제 적용 대상에는 신규 대상자뿐 아니라 기존 대상자 중 우선 공급 탈락자도 포함된다. 정해진 물량을 두고 기존·신규 대상자가 경쟁을 벌이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물량 확대가 동반돼야 청약제도 변경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공급 신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아니면 희망고문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약제도의 개편은 결국 배분 비율의 조정으로 귀결된다”면서 “그렇다면, 각 청약신청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양영경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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