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L Report] '2년 전'에 멈춰있는 FPX의 시간
(MHN스포츠 이솔 기자) 정규 시즌 퍼스트 팀 미드라이너, 정규시즌 1위, 플레이오프 2연속 3-0 셧아웃 등 누가 봐도 이번 시즌 압도적 기량을 선보였던 팀은 바로 FPX였다.
FPX는 지난 시즌 자신들의 눈 앞에서 놓친 '황제 등극'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너구리를 후보로 내리고 샤오라오후를 기용하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 시즌 내내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던 FPX,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건 또 한번의 '들러리' 역할 뿐이었다. 대체 왜 FPX가 이렇게 가혹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 걸까?
1. 멤버들의 주사위
이번 시즌 FPX를 이야기하며 본지는 지속적으로 '상대를 태우거나 내가 타버리는 주작' 혹은 '주사위'를 매 번 언급할 정도로 미드라이너 도인비를 제외한 선수들의 기복이 심했다.
그 중에서도 원거리 딜러 LWX는 결승전 직전까지도 상대는 물론 본인들 또한 파악하기 어려운 폼을 보였다.
마지막 WE와의 경기에서 LWX는 단 한 세트에서조차 블리츠크랭크에 그랩에 당하고, 소환사 주문도 사용하지 못하고 르블랑의 '지속 딜'에 의문사하는 등 의아함을 보여줬다. 이와 동시에 경기 후반부에는 놀라운 화력을 뿜어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캐리 롤을 누가 맡을 것인지, 누가 이를 보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선수들의 상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LWX의 이런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밴픽 수립부터 경기 내 플레이까지 자신의 팀을 도리어 혼란시켰다.
실제로 결승전 당일에는 LWX의 폼을 믿지 못한 티안이 1세트 초반부터 상체로 향하며 매 교전마다 패배하며 '상체 차이'를 누적시켰다.
오히려 경기시간 10분만에 티안이 바텀에서 다이브에 성공하며 FPX에게 첫 득점을 안긴다. 만약 티안이 진작부터 바텀에 자원을 쏟으며 교전을 유도했다면 충분히 다른 경기 결과가 펼쳐질 수도 있었다.
2. 힘 다한 '어른 주작', 폐사 위기의 '새끼 주작'
물론 티안도 빠질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비에고를 애용했던 티안은 결승전에서 비에고를 빼앗기자 정규시즌보다도 더 최악의 판단만을 내리며 무너졌다.
물론 그에게는 개인적인 문제가 있었다. 작년부터 고질적으로 발병하던 손목 부상에 신경쓸 겨를도 없이 연속해서 두 개의 대회(스프링-섬머)를 준비해야 했던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거금을 들여 영입한, '주작의 새끼'였던 BO가 승부 조작과 관련되어 '어른 주작' 티안의 대체자에서 낙마하고, 2군 정글러 베이촨을 사용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다시 2군으로 강등당하게 된다.
결국 티안은 '물 한잔 마시는데 20초 이상 걸리는' 손목 부상에서 채 회복하지도 못한 채 많은 대회를 치뤄야 했고, 결과로 이를 증명했다.
3. 억압된 너구리
코로나 '청정' 시대였던 지난 2019년, 겨울왕국의 'Into the Unknown'과 '짜파구리' 기생충의 등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해다.
이에 맞춰 FPX(당시 펀플러스 피닉스) 또한 LPL과 롤드컵을 우승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도인비를 필두로 한 정점의 로밍 전략과, 강렬했던 LWX의 '주사위 6', 그리고 상대를 쥐락펴락하는 김군의 칼-방패는 쉽사리 공략하기도 어려웠거니와, 공략한 팀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2019년이 아니다. 벌써 2년이나 지난 현재는 낭만을 불러일으킨 겨울 왕국 대신 무시무시한 'D.P'가, 영화 대신 '넷플릭스'가 이들을 대체한 지 오래다.
그러나 FPX의 전략-전술은 지난 2019년에 얼어붙어 있다. 미드를 제외한 라인들의 돌발행동을 최소화하고 정글러의 지원을 받은 미드라이너의 영향력으로 게임을 폭파시키는 것이다. 정규시즌이 그랬고, LNG와의 플레이오프 1경기도, WE와의 플레이오프 1경기도 모두 미드라이너를 중심으로 게임이 전개됐다.
너구리는 명실상부한 지난 2020년의 세계 최강자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감히 그의 앞에서 머리를 들 수 있는 선수는 몇 없었고, 그 뻣뻣한 상대의 머리마저 팀원들과 함께 눌러내며 정점에 올랐다.
그러나 이젠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피오라-오공으로 팀의 지원 속에 '탑 게임'으로 경기를 끝내거나 때로는 오른-룰루를 선택해 탑으로 향하는 상대의 과투자를 흘려넘기며 다른 선수를 지원하는 등, 밴픽에서 플레이까지 유동적인 전술을 선보이던 너구리는 이제 없다.
대신 너구리는 라인전에서 큰 변수 없이 성장해 다른 라이너들과 보조를 맞춰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고, 한타에서 팀원들을 위해 판을 만들어주는 예측 가능한 선수가 되었을 뿐이다.
김군이 그랬고, 지난 2020년 칸(현 담원 기아)이 그래야 했듯 말이다.
결국, 정규 시즌 LPL 최강의 모습을 보였던 FPX의 아쉬운 모습은 이번 롤드컵에 나설 FPX에게 대해 강력한 의문부호를 띄우게 만들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FPX는 결국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적'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 2019년 그랬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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