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 직원들 교사자격증 따도록 도와.. 퇴직 후에도 산행모임

기자 2021. 9. 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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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퇴직한 선배가 "이번 수요일에 같이 산행하자"며 전화했습니다.

먼저 산행 대장 격인 서정욱 서울소년원장(고봉정보통신중·고등학교장)은 법무부 소년과장으로 오래 재임하며 소년원을 초·중·고 일반학교와 연계하는 법령 정비와 전 직원의 교사화에 공을 들였습니다.

현직 초등교사 외에는 다닐 수 없는 그 학과에 특별전형으로 입학을 제도화해 350여 명의 소년원 직원을 초등교사로 양성했습니다.

산행 부대장인 김정규 제주소년원장(한길정보산업학교장)은 노후하고 협소한 소년원을 이전하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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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합니다 - 전직 소년원 선배님들

작년 6월, 퇴직한 선배가 “이번 수요일에 같이 산행하자”며 전화했습니다. 구수하고 은근한 말씨는 그대로였습니다. 우리 동네와 가까운 북한산, 초행길이 수월하도록 배려한 세 분 선배는 2000년부터 차례로 퇴직한 후 매주 하는 산행으로 산사람이 다 됐습니다. 어느 날 동료들 근황을 얘기하다가 퇴직 10년에 접어든 내 이름이 튀어나와 ‘산행 사우(四友)’로 저를 동참시켰답니다. 나의 35년 공직생활 중 15년을 선배들과 소년원에서 같이 근무했습니다. 1989년 신설된 보호관찰소로 내가 전직한 후 그분들과 헤어졌지만 내 친정은 소년원입니다.

먼저 산행 대장 격인 서정욱 서울소년원장(고봉정보통신중·고등학교장)은 법무부 소년과장으로 오래 재임하며 소년원을 초·중·고 일반학교와 연계하는 법령 정비와 전 직원의 교사화에 공을 들였습니다. 1980년도 후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중등교사 자격·경력자를 임용하고, 희망 직원은 방송통신대 초등교육학과에 국비로 다니게 했습니다. 현직 초등교사 외에는 다닐 수 없는 그 학과에 특별전형으로 입학을 제도화해 350여 명의 소년원 직원을 초등교사로 양성했습니다. 그 무렵부터 재학 중 소년원생이 된 학생은 학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소년원 학교로 전학 조치해 전적 학교의 졸업장을 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산행 부대장인 김정규 제주소년원장(한길정보산업학교장)은 노후하고 협소한 소년원을 이전하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그분은 “소년원에 수용된 보호소년에게는 소년원이 사회의 전부이고 집이자 학교”라며 배산임수 명당을 찾아 전국에 안 다닌 곳이 없습니다. 지금 경기 의왕에 있는 서울소년원은 그분의 노고가 밴 곳입니다.

나에게 전화한 조 동지님, 아니 조복전 청주소년원장(미평중·고등학교장)은 전교생을 인솔해 대청댐으로 소풍을 갔습니다. 원생들이 좋아하는 야외활동 프로그램을 고안해 원장님이 솔선했습니다. 주말이면 원생들끼리 삼삼오오 조를 짜서 중복장애아와 외출 동행, 노인시설 대청소, 소년원 담벼락에 벽화 그리기 등으로 미평학교가 좋은 평판을 받았습니다. 매달 개최한 ‘보호자 교실’에서 나눈 이야기를 모아 ‘자식은 부모의 그림자’ 책을 발간하고, 원생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는 ‘배려, 보람, 행복’ 등을 제목으로 쓴 ‘새로운 출발’을 한 권씩 주었습니다. 나는 울산, 의정부 등 여러 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대상자의 문신 지우기, 금연침 시술 등 나름 맞춤형 원호에 힘썼습니다. 내가 보호관찰을 맡았던 소년이 어엿한 청년으로 나타나 결혼 주례도 부탁했습니다.

산행 중간중간 쉬면서도 ‘소년원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특히 ‘보호국장급 소년과장’이 뛰어난 기획력과 설득 논리로 정부 부처들과 어렵사리 협조가 돼 ‘소년원 학교화’가 순항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웃픈’ 얘기가 빠질 수 없지요. 교사자격증을 딴 350여 명 중 많은 직원이 교사가 부족한 서울·경기 지역 초등학교로 이직하며 벌어진 국비 반납 사태! 무더기 이직에 놀란 소년과장이 오죽했으면 “소년원 직원은 특수직군으로 분류해 초임부터 7급으로 임용해야 한다”고 했을까요. 시설 안에서 동일 직원이 감호와 교육을 동시 수행(遂行)하는 것은 수행(修行) 그 자체입니다. 떠난 후배들은 문제학생 상담지도, 운동회 총괄 등으로 소속 학교에서 맹활약했습니다. 산행은 토론을 통해 집단지성을 모으고 아이디어의 경연장이 됩니다. 내일은 수요일입니다!

노청한·전직 보호관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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