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과거 유물 아닌 새로운 가치 창출의 보석상자"

오남석 기자 2021. 9. 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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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국제문화재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우리는 우리를 아는가’를 주제로 한 박웅현 TBWA 코리아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다.

■ 경주서 ‘국제문화재산업전’

“정부 발주사업 의존서 벗어나

이젠 민간자본 투자 대폭확대”

“디지털 헤리티지 분야 급성장

VR·AR 활용 콘텐츠 늘어나”

경주 = 글·사진 오남석 기자

“방탄소년단(BTS)이 보여주듯 이제 세계인들이 우리 문화를 즐기고 있는데, 우리 문화유산은 보석 상자와도 같습니다. 이 보석들을 널리 알리는 것은 인류의 문화 다양성에 기여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우리 문화의 보석들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지난 10일 ‘2021 국제문화재산업전’이 열린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책은 도끼다’ 등의 저자인 박웅현 TBWA코리아 대표가 ‘우리는 우리를 아는가’라는 주제 강연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제대로 들여다볼 것을 주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강연은 문화유산의 현재 의미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문화유산의 가치 창출’이라는 이번 문화재 산업전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문화유산이 더 이상 박물관 안에 모셔진 과거 유물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 동력이자 미래 먹거리가 되는 아이디어의 보고라는 얘기다.

70여 개 업체, 280여 개 부스 등 전시 현장에서 만난 다채로운 전시물, 관계자와 관람객들의 반응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느껴졌다. 문화유산 관련 산업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일 뿐만 아니라 사업 형태에서도 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정부 발주를 받아 문화유산의 보존·관리·방재 등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민간이 문화유산을 활용해 새 콘텐츠를 만들어 가치 창출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7년 첫 산업전부터 행사를 주관해 온 허동근 HICO 마이스(MICE)사업팀 과장은 “대부분의 문화재가 정부 소유이다 보니 예전에는 참가 업체들이 공공기관에 어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하지만 문화유산을 디지털 콘텐츠로 만드는 ‘디지털 헤리티지’ 분야가 성장하면서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한 홍보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전했다. 이번 문화재산업전에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을 활용해 실감형 콘텐츠를 선보인 업체가 많았던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덱스터스튜디오와 함께 ‘프로젝트 계림’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유산기술연구소(TRIC)의 손태호 대표도 “관(官)에서 나오는 돈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민간이 자본을 투자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프로젝트 계림’도 100% 민간 자본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계림’은 2023년까지 경주엑스포대공원에 약 1만3223㎡(4000평) 규모의 전용 전시관을 마련,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에 나오는 신라 건국 신화와 전승·문화유산 관련 이야기를 실감형 콘텐츠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이다. 손 대표는 “‘프로젝트 계림’을 성공시키고 해외 16개 관광 거점 도시에 실감형 문화파크를 추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문화유산이 가치 창출의 새로운 보고로 여겨지면서 문화유산 관련 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차원(D) 스캐닝 등에 특화된 위프코(WIPCO)의 지수정 책임연구원은 “문화재 분야는 메타버스(확장형 가상세계)나 ‘디지털 트윈(현실세계 사물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 등 첨단 기술 적용이 빠른 분야”라며 “플랜트 업체나 지리정보시스템(GIS) 업체 가운데 문화재 분야로 업무를 확대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조선 정조시대 기록화 ‘화성원행도병’을 기반으로 군사훈련 모습 등을 실감형 콘텐츠로 개발하는 데 참여한 함초롬 한국전통문화대 대학원생은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개발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문화재산업전은 문화재청과 경북도, 경주시 공동 개최로 지난 9~11일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제약 속에도 1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수출 상담회에서는 16개 국내 업체가 5개국, 11개 해외 업체와 37건(125억 원 상당)의 상담을 했다. 김지성 문화재청 정책총괄과장은 “문화재 산업이 초창기인 만큼 관련 업체나 연구소 등에 대한 지원 체계를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문화재산업진흥법안’을 준비 중이고, 문화재산업전도 4개 권역별로 추가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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