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지옥은 있다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1. 9. 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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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지옥은 있다.

그 지옥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 있기 십상이다.

그 정아란의 지옥은 남편 진섭(오광록 분)이고 내연남 허작가다.

그렇게 상실과 외로움이란 지옥속을 헤메던 두 주인공은 서로가 위안이 되며 자그마한 빛줄기를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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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지옥은 있다. 그 지옥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 있기 십상이다.

JTBC 10주년 특별기획드라마 <인간실격>속 이부정(전도연 분)의 지옥은 정아란(박지영 분)이다. 그 정아란의 지옥은 남편 진섭(오광록 분)이고 내연남 허작가다. 강재(류준열 분)의 지옥은 아버지의 죽음이고 어머니 미선(강지은 분)이다.

생일날 어머니 집을 찾은 강재는 인스턴트 미역국을 여상하게 먹는다. 기대가 없었기에 실망도 없다. 미선이 배달음식에 딸려온 오래된 단무지를 반찬이라고 내어놓을 때도 무탈하게 먹는다. 하지만 어머니 미선이 아버지 생전 세 사람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자 동작을 멈춘다. 미선이 “엄마랑 이런 얘기 하는거 싫어?”물었을 때 답한다. “소름끼쳐!”

요양병원 반 평 침대 위에서 6년의 투병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아버지의 죽음. 그 곳으로부터 강재는 쉼없이 도망쳐왔다. 함께 병상을 지키던 간병인이 건너편 안방에서 자고있는 현재 미선의 내연남이다.

“소름끼쳐!”란 한 마디에는 버릴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어머니 미선에 대한 강재의 심경이 담겨있다.

강재는 그저 미선을 용서해줄 수 있는 이유를 찾고있을 뿐인데, 아니면 덮어두고 묻어두고 아닌 척 지내고 싶을 뿐인데. 이따금씩 생각없이 던지는 미선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런 노력을 수포로 돌린다.

부정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모든 독백들은 아란을 향해 제발 널 용서할 수 있는 이유를 내게 던져달라는 처절한 몸짓이다. 아란에 대한 용서와 화해 없이는 그녀가 상실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란이야말로 가장 비참한 형편인지도 모른다. 행복을 가장한 쇼윈도 부부, 끊임없이 바람피는 내연남... 거짓으로 일관된 그녀의 삶이야말로 언제 허물어져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모래성이다. 종훈(류지훈 분)의 호스트바만이 그녀가 숨을 수 있는,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래서 종훈에게 “너 나랑 같이 죽을래?”란 터무니없는 질문도 던진다. 세상에 그녀의 편은 하나도 없고 그 사실을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확증이다. 부정을 향한 그녀의 잔인한 가해는 피해의식의 반작용일 수 있다.

사람이 만든 지옥의 탈출구는 또한 사람이다. 강재를 만난 부정과 부정을 만난 강재. 드라마는 언제나 그대로인듯한 두 사람의 일상이 눈에 띄지 않을만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죽긴 왜 죽습니까? 안 받으면 되지” 집요하게 계속되는 정아란의 전화공세에 내몰려 부정이 옥상을 찾았을 때 강재가 던진 해법이다.

그렇다. 전화가 괴로우면 안받으면 된다. 하지만 편집증에 사로잡힌 부정으로서는 그 간단한 해법을 생각해내지 못했었다.

게다가 강재는 ‘아무 때나 누구라도 편하게 연락 할 수 있는 사람’ 즉 역할대행업자다. 남편에게도, 아버지에게도 털어놓지 못해 더욱 비극적인 부정의 상황에 한줄기 빛이 될 만하다.

부자를 꿈꾸고 그 지름길을 찾는데 골몰하던 강재는 부정을 만나며 ‘돈은 사랑’이라는 가치관의 균열을 겪는다. 그러면서 황금이 일순위일 때는 몰랐던 인생의 다른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깨우쳐간다.

그렇게 상실과 외로움이란 지옥속을 헤메던 두 주인공은 서로가 위안이 되며 자그마한 빛줄기를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정수(박병은 분)도 부정이란 지옥을 겪게 될지 모른다. 그럴 때 현재 지옥을 살면서 정수란 구명줄을 붙잡으려하는, 예비된 미망인 경은(김효진 분)이 빛을 내려줄 지도 모른다. 혹은 또 다른 지옥을 선사하거나.

나쁜 일은 빨리 잊는게 좋다. 물론 잘 안될 때도 있다.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그럴 때 사람을, 상황을 용서해줄 수 있는 이유를 찾아가며 온기를 회복하는 일은 참 중요해 보인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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