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화물차 모빌리티' 함께 그리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코코넛사일로

차주경 입력 2021. 9. 13. 10:18 수정 2021. 9. 1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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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차주경 기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세계 영화사에 굵은 발자국을 남긴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남긴 명언이다. 2020년,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상 아카데미상에서 4개 부문을 휩쓴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인용한 말로도 유명하다.

이 명언은 스타트업 업계에도 대입할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개인의 경험에서 아이템을 찾아 사업을 시작했다. 일상을 보내며 느낀 불편과 의문,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등 개인의 경험들이 곧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이 됐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이자 창의적인 아이템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사업화 자금이 없어서, 또 누군가는 알맞은 인력과 파트너를 찾지 못해 사업화에 실패했다. 그래서 최근 각광 받는 것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연합, ‘Corporate Venturing(CV)’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연합, CV는 다양한 시너지를 낸다.

물론 CV가 늘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후 현실에 안주, 혁신을 잃고 보통 기업으로 퇴색하기도 한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인력만 탈취하거나, 과도한 지분을 요구해 스타트업의 성장력을 빼앗아간 사례도 있다.

대기업이 튼튼한 인프라와 풍부한 자금, 방대한 네트워크로 스타트업을 돕는다. 몸집이 커서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대기업 대신, 스타트업이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그 결과물을 대기업과 공유한다. 대기업이 마련한 돛과 바람을 타고 스타트업이라는 배가 순항한다. 함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다.

세계를 주름 잡는 자동차 기업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모빌리티 스타트업 '코코넛사일로'의 협업은 단연 모범적인 CV 사례로 들 만하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을 시도할 젊은 피를 얻었다. 코코넛사일로는 든든한 파트너와 인지도, 더욱 넓은 사업 영역을 만났다. 이들을 연결한 서울창업허브(SBA)는 또 하나의 성공적인 CV 사례를 만들었다.

최수진 SBA 파트장, 이승룡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매니저, 김승용 코코넛사일로 대표(왼쪽부터)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8월의 어느 날, 서울 마포 SBA에서 이승룡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매니저와 김승용 코코넛사일로 대표, 최수진 SBA 파트장을 만났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SBA와 손 잡고 스타트업 아우토반 한국에 수혈

이승룡 매니저는 우선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타트업 지원·육성 프로그램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소개했다. 다임러그룹이 2016년 처음 고안한 이 프로그램은 세계 곳곳의 유망 스타트업을 독일로 초청해 오픈 이노베이션(대기업이 외부 기업이나 스타트업과 함께 혁신을 꾀하는 것)을 시도하는 행사다.

다임러그룹의 계획에 독일 슈투트가르트현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공업 도시 슈투트가르트는 기업을 육성할 자금과 공간, 인프라는 가졌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을 시도할 스타트업은 갖지 못했다. 다임러그룹과 슈투트가르트현은 합작 법인을 세우고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실행할 생태계를 만들었다.

스타트업 아우토반에서 발표 중인 이승룡 매니저.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이 합작 법인에 매력을 느끼고 화물 운송 기업 DHL, 자동차 제조사 포르쉐, 이동통신사 T모바일 등 독일의 대기업들이 속속 합류했다. 자연스레 이들의 공통 분모인 ‘모빌리티’ 생태계가 튼튼해졌고, 참여하기 원하는 스타트업도 늘었다. 그 결과 스타트업 아우토반은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타트업 육성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트업 아우토반은 미국과 중국, 인도를 거쳐 2020년, 세계에서 7번째로 한국에서 열렸다. 한국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이 사업 진행을 맡는다.

이승룡 매니저는 스타트업 아우토반의 실무자다. 2017년 해외의 스타트업 아우토반 사례들을 보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한국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 그는 회사를 설득했다. 마침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전기차 EQ 시리즈의 한국 내 홍보 마케팅을 강화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전기차 스타트업을 선발해 육성하는 행사는 홍보 마케팅에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생각한 전기차와 스타트업의 접점은 ‘커넥티드카(인터넷과 연결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차량)’였다. 행사 유형은 스타트업 해커톤(해킹+마라톤,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가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제한된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는 대회)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작 기획하고 실행하기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행사를 진행한 경험도 없었다. 그때 SBA가 손을 내밀었다.

스타트업 아우토반에서 발표하는 김승용 코코넛사일로 대표. 출처 = 코코넛사일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SBA의 풍부한 스타트업 인프라와 행사 진행 경험에 매력을 느꼈다. 곧바로 스타트업 지원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2019년 12월 첫 행사 ‘커넥티드카 스타트업 해커톤’을 열었다. 행사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첫 단추를 잘 꿴 덕분에, 다음 단추는 한결 쉽게 꿸 수 있었다. 커넥티드카 스타트업 해커톤의 성공에 고무된 양사는 2020년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한국에서 열기로 했다. 이 행사에 코코넛사일로를 비롯한 혁신 스타트업이 여러 곳 참가했다. 2021년에도 스타트업 아우토반이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SK텔레콤과 LG전자 등 든든한 대기업 파트너도 합류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목표는 실력을 가진 한국 스타트업을 세계 스타트업 아우토반으로 이끌고, 가치관과 목표가 같은 스타트업을 모아 협업을 시도하는 것이다.

베트남서 모빌리티 미래 그리던 코코넛사일로, 스타트업 아우토반과 만나다

김승용 대표는 첫 해외여행지 베트남에서 영감을 얻었다.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물류 운송의 비중은 25%로 다른 나라보다 유독 높다. 물동량이 계속 늘고 있는데다 마진도 높았지만, 아주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 주문은 이메일이나 전화통화로만 받았고, 문서 작업까지 마쳐야 실제 주문이 들어갔다. 그 사이에 물류를 운송할 화물차 운전자들은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현대자동차 화물자동차 제품기획 부서에서 일하던 김승용 대표는 베트남에서 펼칠 물류 사업을 궁리했다. 사업 윤곽을 그린 후 현대자동차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2020년 3월 코코넛사일로를 창업한 다음, 같은 해 6월 분사했다.

KDB 스타트업 2019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김승용 코코넛사일로 대표. 출처 = 코코넛사일로

코코넛사일로는 베트남에 화물차 헤일링(Hailing, 차량 호출) 서비스 ‘코코트럭’을 선보였다. 일반 자동차 공유 서비스와 다른 점은 화물차(트럭)를 다룬다는 점, 그리고 차량과 운전사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화물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기술도 더했다.

제주도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 대상, 중소벤처기업부 KSC 뉴델리 스타트업 지원사업과 창업진흥원 글로벌 피칭 경진대회 지원사업 선정, 중소벤처기업부 청청콘 경진대회 대상, 2020 모바일 기술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 창업 후 불과 1년 5개월 만에 코코넛사일로가 이룬 성과들이다.

베트남에서 성공을 거둔 김승용 대표는 우리나라 모빌리티 업계로 눈을 돌렸다. 포화 상태에 가까운 한국 모빌리티 시장이었지만, 화물차 시장은 외면 받고 있었다. 화물차에도 인터넷 연결, 자동화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으나 혁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그의 눈앞에 또 하나의 기회 ‘화물차 모빌리티’가 다가온 순간이었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점검하는 김승용 코코넛사일로 대표. 출처 = 코코넛사일로

한국 화물차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고려하던 김승용 대표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SBA가 연 스타트업 아우토반 소식을 듣는다. 독일 스타트업 아우토반에 지원할 예정이었던 그는 계획을 바꿔 한국 행사에 지원했다.

김승용 대표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스타트업 아우토반의 경쟁률이 20대 1을 넘을 정도로 높은 것을 보고, 처음에는 보도자료 노출이나 바이럴 마케팅 정도의 도움만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다임러그룹이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참가 스타트업에게 풍부한 지원을 약속하는 것을 보고 '모빌리티 파트너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화물차 운전자 위한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

코코넛사일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산하의 트럭 제조사 다임러는 함께 화물차 모빌리티 플랫폼을 만든다. 승용차와 달리 트럭을 비롯한 화물차 시장의 유지보수 인프라는 아직도 열악하다. 다임러는 화물차 정비와 수리 등 워런티를 원활하게 제공할 소비자 지향 플랫폼을 찾았다. 그 때 코코넛사일로의 화물차 모빌리티 사업을 만났고, 바로 파트너로 낙점했다.

코코넛사일로 임직원들. 출처 = 코코넛사일로

이승룡 매니저도 “당시 스타트업 아우토반에는 여러 상용차 스타트업이 참가했습니다. 저희는 화물차 운전자에게 승용차 운전자 수준의 사용 편의를 주는 방안을 논의했는데, 시장을 보는 안목뿐 아니라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역량 면에서 코코넛사일로의 방향성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요.”라며 김승용 대표를 거들었다.

김승용 대표는 “화물차나 트럭 운전자들은 대부분 생업을 위해 차량을 구매해요. 그러니 일반 승용차보다 유지보수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운행 조건도 가혹하고, 사고가 나면 바로 생명을 위협하니까요. 그런데, 화물차 유지보수 플랫폼은 정말 열악했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시장이 그랬습니다.

김승용 코코넛사일로 대표

그래서 만든 것이 화물차 모빌리티 플랫폼 가운데 유지보수를 담당할 서비스 ‘트럭 닥터’에요. 화물차 운전자에게 편리하고 충실한 정비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트럭 닥터를 쓰면 화물차 정비 예약과 관리가 한결 쉬워집니다. 운행에 필요한 날씨 정보, 가까운 정비소 등을 알려주는 기능도 넣었어요. 화물차 고장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거나 목소리로 증상을 말하는 식으로 정비를 의뢰할 수 있으니 정말 편리합니다.

나아가 화물차 운전자를 위한 솔루션도 만들고 싶습니다. 밤이나 새벽에 홀로 운전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은 정말 외롭거든요. 그래서 이들에게 말벗이 될 기술, 복지를 제공할 콜센터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음성 SNS인 클럽하우스처럼 화물차 운전자들의 온라인 모임 공간, 게임 유로트럭과 흡사한 트럭 시뮬레이션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고려하고 있고요.

코코넛사일로는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계기로 세계로 나아가 다른 사업 파트너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다임러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났으니, 이제 서비스를 확산하는데 집중할 일만 남았습니다.”고 말했다.

이승룡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매니저

이승룡 매니저는 “2021년 스타트업 아우토반에서는 2020년 행사보다 두 배 많은 스타트업을 모을 계획입니다. 기관과 기업 파트너도 영입하고요. 자금 지원과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POC)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스타트업이 본격 성장하도록 지원할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관계가 없는 스타트업도 환영합니다.”라며 스타트업 아우토반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당부했다.

SBA “메르세데스벤츠 매료한 CV 프로그램, 더 많은 기업 참여 바란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본사는 코코넛사일로, SBA와 협업해 낳은 이번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더 많은 한국 스타트업과 기업과의 연합도 바라고 있다고 이승룡 매니저는 덧붙였다.

최수진 파트장은 공을 메르세데스벤츠에게 돌렸다. 좋은 CV 사례를 만들려던 차에, 마침 최고 수준의 브랜드 가치를 가진 메르세데스벤츠의 협력 제의를 받아 반가웠다고 한다. 해커톤의 일정이 촉박했기에 SBA는 행사 홍보와 참가 스타트업 추천에 집중했다. 그렇게 최종 선발팀 3팀이 정해졌는데, 놀랍게도 모두 SBA에 입주한 스타트업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최수진 SBA 파트장

좋은 CV 사례가 될 가능성이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해커톤에 참가한 스타트업을 독일 다임러 본사에 초청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이에 최수진 파트장은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한국에서 열면 더 큰 성과를 얻을 것으로 확신했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우직하게 추진한 결과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인기 프로그램으로 키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수진 파트장은 “SBA는 서울시 스타트업 네트워크, VC(투자 회사) 등 다양한 파트너와 일합니다. 네트워크들끼리 잇는 허브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파트너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성공적인 CV 모델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잘 보살피고 배려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스타트업 아우토반에서 이런 문화를 만들어온 메르세데스벤츠였기에 협력하기 좋았습니다.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 에쓰오일과 글로리엔텍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코코넛사일로. CV의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은 설레는 일이에요. 대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져다줄 만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이들이 동반 성장하는 사례를 더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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