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주변에 '예스맨' 두지 않는 철칙.. 직언 잘하는 개성 강한 코치들 곁에

정세영 기자 2021. 9. 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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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강철 KT 감독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KT를 정규리그 1위 독주로 이끈 이 감독은 특히 항상 귀를 열고 경청하며 자신의 ‘독주’를 제어한다. KT 제공

■ Leadership 클래스 - 이강철 프로야구 KT감독

“직언이 있어야 내가 발전한다”

감언이설 경계하고 판단 냉철

전략전술 탁월 별명 ‘강철 매직’

경청, 빼놓을 수 없는 최대 강점

고참 유한준·박경수 의견 듣고

외국인 타자 선택에 적극 반영

“묵묵히 돕는 게 나의 최고 임무

감독, 모든 강 받아들이는 바다”

두 달 넘게 1위 자리 지켜온 KT

“좋은 성적 99%는 李감독 덕분”

KT 팬들은 요즘 야구 볼 맛이 난다. KT는 12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SSG와의 홈경기 더블헤더(DH) 1차전에서 10-0으로 승리, 가장 먼저 60승(4무 39패) 고지를 밟았다. KT는 지난 6월 25일 1위로 올라섰다. 이후 두 달 넘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KT는 12일까지 2위 삼성과의 승차를 4.5로 벌렸다. 프로야구에서 60승 고지 선점이 갖는 의미는 크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60승에 선착한 팀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확률은 73.3%(30차례 중 22차례, 1982∼1988 전후기리그·1999∼2000 양대리그 제외)에 이른다. 지난 2001년부터 10년 동안 60승에 선착한 팀은 무려 9번이나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KT 선수단은 “KT 성적 중 99%는 이강철(55) 감독의 몫”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감독은 ‘스타 출신은 지도자로 대성하지 못한다’는 속설을 깨고 사령탑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감독은 지난달 15일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200승 고지를 밟았다. 12일 현재 이강철 감독의 승률은 0.553(213승 7무 172패)에 달한다. 2015년 1군 무대에 뛰어든 KT는 2018시즌까지 214승 6무 356패를 남겼다. 승률은 불과 0.375였다. 하지만 이 감독이 2018년 10월 부임한 뒤 KT는 승률 5할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감독은 한 시대를 풍미한 명투수. 이 감독은 투수로 역대 3위인 152승(112패)을 챙겼다. 특히 이 감독은 데뷔 첫해인 1989년부터 1998년까지 10년 연속 10승을 달성했고, 이는 프로야구 역대 신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감독은 소속팀 우승을 여러 차례 이끌었다. 해태 유니폼을 입고 5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1996년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 감독은 선동열, 김시진에 이어 KBO리그에서 선수로 100승, 감독으로 200승 이상 거둔 역대 3번째 투수다.

이 감독은 준비된 사령탑이다. 2005시즌을 마친 뒤인 2005년 11월 KIA 2군 투수코치로 기용되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수석코치, 2군 감독을 차례로 맡으면서 지도자 수업을 쌓았다. 감독 부임 전 코치 코스를 모두 밟은 셈.

이 감독은 특히 수석코치 시절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장 김태형 두산 감독과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을 보좌하면서 장단점을 흡수했다. 김 감독으로부터 과감한 승부수와 일사불란한 선수단 운영, 염 전 감독으로부터 시즌을 넓게 보고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화하는 것을 배웠다.

이 감독은 외유내강(外柔內剛) 사령탑으로 분류된다. 별명은 ‘강철 매직’이다. 이 감독의 이름과 마술의 뜻을 지닌 영어 단어를 조합한 별명으로, 전략전술이 신출귀몰하고 풍부하단 뜻이다. 야구는 변수가 많고, 선수 교체 등 임기응변이 요구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이 감독은 지략이 뛰어나고 두뇌 회전이 빠르며 ‘흐름’을 읽는 눈이 정확하다.

특히 판단을 내릴 땐 냉정하다. 이 감독에겐 철칙이 있다. 주변에 ‘예스맨’을 두지 않는다. ‘감언이설’을 경계하기 때문. 올해 KT 코칭스태프 중 개성이 강한 코치가 많다. 주변에선 “왜 말을 잘 듣지 않는 코치들을 쓰느냐”라고 지적하지만, 이 감독은 “감언이설을 하는 이보다 직언을 하는 사람을 둬야 내가 발전할 수 있다”고 받아넘긴다.

이 감독은 KT 지휘봉을 잡은 뒤 체질을 변화시켰다. 바뀌었던 선발라인업을 고정했고, 심우준과 배정대 등 젊은 야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아울러 배제성과 김민수 등 잠재력 있는 젊은 투수들의 등판 기회를 늘리며 성장을 유도했다. 부임 첫해 창단 첫 5할 승률(71승 2무 71패·6위)을 올린 이 감독은 이듬해 ‘윈-나우’ 전략을 들고 나왔다. 첫해 닦은 토대를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승리 DNA를 심는 데 주력했다. 특히 불펜 운용에 일가견이 있는 이 감독은 승리를 위해 컨디션이 좋았던 셋업맨 주권과 유원상을 3경기 연속 투입하기도 했다. 이 감독의 윈-나우 전략은 적중했다. 성장한 젊은 선수들은 지난해 ‘마법 야구’를 선보이며, 정규리그 2위에 올라 창단 첫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이 감독의 리더십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귀’, 즉 경청(傾聽)이다. 지난겨울 외국인 타자 교체를 결정한 이 감독은 팀 내 최고참인 40세 유한준과 37세 박경수를 따로 불렀다. 이들에게 새 외국인 타자 후보 리스트를 건넨 이 감독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유한준과 박경수는 후보에 오른 외국인 타자들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전달했고, 이 감독은 두 고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참고했다. 박경수는 “이 감독께선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밀고 나가는 유형이 아니다. 늘 고참을 불러 의견을 듣고 참고하신다. 때로는 커피 한잔, 또 때로는 술 한잔을 기울이면서 팀 내 현안부터 경기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가는지 모른다. 고참의 의견을 정말 소중히 여기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달변가이자 손꼽히는 이론가다. 하지만 자신을 과대포장하거나, 감독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권위를 앞세우는 일은 없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엔 진정성이 스며있다. 선수를 꾸짖을 때 미디어를 통한 충격요법을 종종 사용하는 데 그의 따끔한 충고, 조언은 엄청난 설득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감독이 아닌 선수 눈높이에 맞춘다. 단점을 지적하는 대신 장점을 칭찬하고 더욱 발전하도록 배려한다. 지난해부터 KT 핵심 전력이 된 외야수 배정대가 좋은 예. 배정대는 2019년까지 1군 무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특히 공격력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 감독은 근성이 뛰어나고, 수비가 정상급이라는 배정대의 장점에 주목했다. 이 감독은 배정대에게 “너를 무조건 중용한다. 그러니 자신감을 지녀라. 눈치 보는 것은 딱 질색이다. 나는 너를 믿는다”고 격려했고, 제대로 통했다. 배정대는 지난해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했고, 타율 0.289에 13홈런과 65타점을 올리면서 이 감독에게 보은했다. 올해도 12일 현재 타율 0.267에 10홈런, 57타점으로 외야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이 감독은 ‘꽃중년’ 스타일. 한없이 자비로울 것 같지만, 그가 참지 못하는 게 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보다 우리, 개인보다 팀을 우선했고 이를 어기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꾸짖을 때는 외국인 선수든 국내 선수든 가리지 않는다. 올 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좋은 구위를 갖고 있음에도 마운드에서 흥분을 못 이겨 포수의 리드를 따르지 않아 난타당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를 따로 불러 “지난해부터 이야기한 부분인데 고쳐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강도 높은 꾸짖음에 깜짝 놀란 쿠에바스는 대오각성했고, 후반기 퀄리티스타트 피칭(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행진을 이어가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감독은 현역과 지도자로 모두 성공 행보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언제나 자신을 낮춘다. 이 감독은 “KT의 성적이 잘 나오고 있는 이유를 굳이 표현하자면 선수들이 이룩한 위업이고 저는 거기에 잠시 하이파이브로 맞이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나의 야구는 화려하지 않다. 감독은 각자의 몫을 할 수 있도록 묵묵히 돕는 것이 최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감독이란 세상의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는 바다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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