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대 그림 부담스럽다면 판화·드로잉 사볼까

전지현 2021. 9. 13.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미술 거장 8인의 판화·드로잉
박서보·이우환·김영원·서세옥 등
청작화랑, 내달 5일까지 전시
박서보 `묘법` 판화. [사진 제공 = 청작화랑]
20~40대 젊은층이 미술품 컬렉터로 가세하면서 한국 추상화 거장 박서보(90)와 이우환(85) 등 거장들의 판화 가격이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00만원대에 팔리던 이우환 판화는 올해 2000만원대로 상승했다. 수억원대 원화를 구입하기 부담스럽지만 거장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젊은 세대들이 판화를 대체재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화 인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이 다음달 5일까지 '원로작가 드로잉&판화전'을 연다. 김흥수(1919~2014), 박래현(1920~1976), 서세옥(1929~2020), 박서보, 이우환 판화를 비롯해 조각가 전뢰진(92), 김영원(74), 한국화가 이숙자(79) 드로잉 작품을 내걸었다.

이우환 `조응` 판화. [사진 제공 = 청작화랑]
서세옥, 박서보, 이우환 판화는 지난 2002년 한국판화미술진흥회가 주최한 '한국 현대미술판화 특집전'에 나왔던 작품들이다. 당시 진흥회는 이들과 김창열 등 4명의 그림을 미국 LA(로스앤젤레스) 렘바갤러리에 의뢰해 판화로 제작했다. 렘바갤러리의 독창적인 믹소그라피아(Mixografia)기법으로 제작돼 입체감이 살아 있다. 믹소그라피아는 종이나 동판을 이용해 부조적인 입체화면을 만들어내는 현대 판화기법으로 루이스 렘바 렘바갤러리 대표가 1973년 창안한 기법이다.

이번에 전시된 박서보 붉은색 색채 묘법의 경우 원화 표면에 날이 서 있는 선들이 판화에도 돌출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작가는 물에 불린 한지를 캔버스에 붙여 연필이나 뾰족한 것으로 선을 그어 밭고랑 형태 화면에 오욕칠정을 버리는 작업을 했다. 서세옥 추상화 '사람들' 연작 판화에선 먹의 흔적이 선명하며, 이우환 '조응' 판화는 검은색의 농담이 뚜렷했다.

조각가들의 그림 솜씨도 눈길을 끈다. 전뢰진은 조각의 밑그림이 된 드로잉 '수밀도 나무 아래에서', 고래를 타는 소년 모습을 담은 '유영' 등을 내걸었다.

전뢰진 드로잉 `수밀도 나무아래에서`. [사진 제공 = 청작화랑]
이숙자 실크스크린 `푸른 보리벌-냉이 꽃다지`. [사진 제공 = 청작화랑]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청동 조각품인 '그림자의 그림자' 연작으로 유명한 김영원은 화면에 역동적인 기(氣)를 담은 '코스믹 포스(Cosmic force)' 연작 5점을 선보였다.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바르고 그 위에 다른 색으로 덮은 뒤 기공을 하면서 손으로 화면을 휘저으면 아래쪽 물감이 드러난다. 신체와 정신 수양을 위해 기 수련을 해왔다는 작가는 1994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흙 원형 기둥을 손으로 긁어내는 기 퍼포먼스를 시작한 후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평면 드로잉 작업을 해왔다.
역동적인 기(氣)를 담은 '코스믹 포스(Cosmic force)' 연작 앞에 서 있는 조각가 김영원.
전시장에서 만난 김 조각가는 "내 몸이 도구가 되어 우주 기운과 하나가 된 순간을 조각과 화면에 포착해왔다"며 "기마 민족의 역동적인 DNA(유전자), 기운생동을 담는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