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아가 치른 작은 거짓말의 큰 대가
아이즈 ize 최현정(칼럼니스트)
'페르소나(Persona)'는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 단어로 이는 후에 사람(Person) 인격(personality)의 어원이 된다.
또 페르소나는 지금도 일부 분야에 종종 사용되곤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첫째는 심리학, 둘째는 연예계이다.
먼저 심리학에서 페르소나는 스위스 출신의 정신과 의사 카를 융이 주장한 개념으로,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도덕이나 질서 등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본성과 다른 가면을 만들어 쓰는 것을 뜻한다.
연예계에서는 조금 더 제한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주로 영화계에서 감독의 의도를 그대로 재연해내기에 늘상 함께 작업을 하는 분신같은 배우를 향해 'OO 배우는 OO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연기라는 특정 활동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하는 연예인은 누구보다도 더 두꺼운 가면을 써야하는 직업이다. 실제로 깔깔 웃으며 개그 프로그램을 녹화한 개그맨이 알고 보니 부친상을 당했다든가, 바른 생활 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스타가 범죄에 연루됐다든가 하는 뉴스를 우리는 종종 접하곤 한다.
아이돌 역시 마찬가지다. 팬덤 관리가 필수인 아이돌에게 가면은 필수적이고, '싫은 내색'을 드러내는 건 절대적으로 금기시되는 행동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아이돌들이 대개 어린 나이에 데뷔한다는 데에 있다. 상대적으로 조숙하여 어려서부터 가면을 다루는 게 능숙한 친구들도 있는 반면, 아직 자신의 인격이나 성격, 개성 등이 충분히 성숙해지지 않아 가면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과거 매체에 있을 당시 필자는 한 연예기획사 임원에게서 야반도주한 걸그룹 멤버를 붙잡아 이유를 물어보니 '나는 별로 착한 애가 아닌데 착한 척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라고 대답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렇기에 가면을 잘 유지한다는 것은 거짓에 익숙해지고 능숙해진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또 거짓에 익숙해진 일부 연예인, 아이돌들은 사소한 문제나 이슈에 직면했을 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어설픈 거짓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걸그룹 AOA 출신의 권민아처럼 말이다. 그동안 권민아가 주장해온 그룹 내 왕따나 성폭행 피해 등을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호텔 흡연'에 대한 것이다.
호텔 흡연은 분명 권민아가 잘못한 일이었지만, 이슈가 됐을 때 처음부터 '죄송하다'라고 사과를 했으면 쉽게 가라앉을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권민아는 '흡연방을 잡았다'라는 허술한 말로 대처를 했다가 역풍을 맡고 뒤늦게 사과를 해야 했다.
물론 이후 권민아 본인이 내놓은 해명처럼 정말로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몰라서 한 것인지 알고도 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진의가 어찌됐든 간에 '권민아가 거짓말을 한다'라는 이미지가 생겨나 버렸기 때문이다.
이 '거짓말의 이미지'는 단순히 호텔 흡연 논란에만 그치지 않고, 기존에 해온 주장까지도 반신반의하게 만들어버렸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던진 거짓말 한마디가 너무나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이건 그를 지지해준 팬에게도 몹쓸 짓이다.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주인공의 몰락이 달가울 리 없을뿐더러, 그를 옹호해줄 명분까지 상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권민아의 사례를 두고 이야기했지만 비단 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하거나 회피하다 더 큰 타격을 입은 사례를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앞서 말했듯이 연예인은 사람들 앞에서 나서서 이미지를 파는 직업이기에 모든 가면을 벗고 실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도 그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팬미팅에서 팬에게 인상을 쓰며 악담을 하는 아이돌을 상상해보라!)
하지만 현대 사회는 사람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어난 세상이다. 어설픈 거짓말은 통하지 않으며 연예계 진실공방이나 진흙탕싸움을 피로나 스트레스로까지 받아들이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연예인으로, 아이돌로서 오랫동안 활동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비밀이나 거짓으로 점철된 모습이 아니라 적절하게 진짜를 섞어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는 그것이 더 효과적인 시대가 됐다. 그게 아니라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거짓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이행하든가.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비투비, '믿고 듣는' 수식에 '보는'까지 추가요! - 아이즈(ize)
- 표현력 만랩 K-배우들의 흥미진진 미국행 - 아이즈(ize)
-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그리는 소년만화 - 아이즈(ize)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마블이 그린 빅피처 - 아이즈(ize)
- [인터뷰] 양혜지, 어디에 있든 환하게 빛나는 샛별 - 아이즈(ize)
- 달콤한 '리메이크' 유혹, 독일까? 득일까? - 아이즈(ize)
- 8년간 애정한 ‘블랙리스트’, 이제 진짜 이별? - 아이즈(ize)
- BTS 정국의 보컬, 어디까지 들어봤니? - 아이즈(ize)
- BTS Receives Platinum Certification from Japan and UK - 아이즈(ize)
- STAYC Reveals Second Concept Photo - 아이즈(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