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아닌 '고맙다'고 할 수 있어 좋다" 이영하의 특별했던 하루
[스포츠경향]
선발투수로서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던 이영하(24·두산)가 불펜에서 답을 찾았다. 더블헤더 연투로 하루 2승을 따내는 특별한 경험이 그에게 자신감을 되돌려줬다.
이영하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더블헤더 1, 2차전에서 총 4이닝을 1안타 2볼넷 2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2승을 손에 넣었다. 올해 선발 등판한 10경기에선 1승5패에 그쳤는데 구원 등판한 3경기에서 벌써 2승이다.
이영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타이트한 상황에 나가게 돼서 최대한 막아보자, 팀에 도움이 돼 보자는 생각으로 나갔다. 잘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자신을 짓누르던 부담에서 드디어 벗어난 듯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날 이영하는 7-5로 쫓기던 더블헤더 1차전 6회 1사 1루에 호출돼 1.2이닝을 던지며 LG의 흐름을 끊었다. LG가 앞서 5회 4득점하며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던 때였다. 두산은 이영하가 LG 타선을 봉쇄한 사이 1점을 더 올리고 8-5로 이겼다.
29개의 공을 던진 이영하는 곧이어 열린 2차전에서 4-4 동점이던 6회 2사 3루에 또 부름을 받았다. 하루 두 차례 팔을 푼 이영하는 힘든 기색 없이 공 18개로 2.1이닝을 막고 8-5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그는 “지금 힘들어 할 상황이 아니다. 나를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1회부터 ‘선발 투수가 잘 던지든 못 던지든 (경기에) 나간다, 나간다’ 하면서 스트레칭도 몇 회 전부터 다 해놨다”고 말했다.
2019년 선발 17승 고지를 정복하며 차세대 우완 에이스로 주목 받았던 이영하는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돌파구를 찾고자 지난 시즌 후반 보직을 마무리 투수로 변경하기도 했다. 올해 다시 선발로 돌아왔으나 시즌은 기대대로 풀리지 않았다. 평균자책이 11~12점 대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영하에겐 시속 150㎞의 빠른 공이 있었다. 박치국, 이승진의 이탈로 필승조가 헐거워진 두산은 이영하에게 경기 중반 짧은 이닝을 맡기기로 했고, 이 선택이 팀과 이영하에게 ‘윈-윈’이 되고 있다.
이영하는 “선발에선 성적이 안 좋았고, 그래서 더 쫓겼다”며 “불펜에 와서 나는 내가 당연히 지고 있을 때 이닝을 먹어주는 역할을 할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필승조의) 기회를 주신 것 같다. 경기 나갈 때마다 잘 던지고 싶었고, 불펜에서만큼은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선발 마운드에서 길을 잃었던 이영하는 짧은 이닝을 집중력 있게 던지는 불펜 보직에서 희망과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 그는 “선발로 던질 때 요즘엔 그랬다. 1회 막고 나면 2회는 어떻게 던져야 하나, 3회는 어떻게 던져야 하나 부담이 있었다”며 “불펜에 오니까 그런 부담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안타도 엄청 맞아보고 볼넷도 실컷 줘보고 하면서 (내 슬럼프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심리적인 문제가 없어야 잘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렇게 할 수 있게 감독님, 코치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다. ‘이제는 잘해야지, 잘해야지’ 하다 보니까 승부욕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2군에서 재정비하는 기간 배운 포크볼은 그의 새로운 무기가 됐다. 이영하는 “선발투수 중에서도 단조로운 타입이다 보니 2군에서 포크볼 연습과 코스로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다”며 “아까 포크볼 2개를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연습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되찾은 이영하의 밝은 에너지는 팀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부터 마운드에서 고개만 숙였던 이영하는 이제 다른 선수들에게 떳떳한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다.
이영하는 “아무리 최고의 포수가 있어도 투수가 못 던지면 아무것도 안되기 때문에 포수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내가 던질 때마다 포수의 볼배합이 문제라는 말도 많았다”며 “포수들에게 항상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했는데 잘 던지면 내가 가서 고맙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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