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UC 버클리 전력분석 출신' 수원 kt 이준혁 매니저

김영훈 2021. 9. 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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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미국의 대학농구인 NCAA는 양파 같은 곳이다. 방대한 팀이 있는 만큼 까도 까도 계속 알아가야 할 정보들이 많다. 그런 곳에서 전력분석을 맡았던 한국인이 있다. 유학 시절 누구나 하기 힘든 경험을 했던 그는 현재 수원 KT에서 농구와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NCAA 팀의 전력분석에서 현재 KT의 선수단 지원을 맡고 있는 이준혁의 매니저의 이야기다.

“농구 좋아해요?”
이준혁 매니저가 미국에 나간 것은 2012년의 일이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그는 UC버클리 유학을 떠나며 캘리포니아 땅을 밟았다. 나름 평범한 미디어 스터디 전공자였던 이준혁 매니저.
그러나 어느 평범한 날 이후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여느 때와 같이 농구를 하고 있던 이준혁 매니저에게 갑자기 한 한국 사람이 말을 걸었다.
“입고 있는 풋볼 저지는 어디 팀이에요?” “농구는 좋아해요?” “농구 전술은요?” “좋아하는 팀은요?” “NCAA도 좋아해요?”
농구도 좋아하고 전술도 좋아했던 이준혁 매니저는 이 질문들을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 답변들이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이준혁 매니저에게 ‘질문폭탄’을 던진 이는 UC 버클리에 다니고 있던 김재엽씨. 당시 UC버클리의 전력분석을 하고 있던 인물이자 현재 LA 레이커스에서 데이터 애널리스트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여러 질문들은 던지던 김재엽 분석가는 이준혁 매니저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전했다. “UC 버클리 농구 팀에 스태프를 뽑는데 지원해봐요.”
농구를 좋아하고, 농구 관련 업무를 하고 싶었던 이준혁 매니저는 그렇게 UC 버클리의 비디오 코디네이터 어시스턴트 자리를 맡게 됐다. 한국으로 치면 전력분석원의 보조 같은 역할인 셈.

캘리포니아 골든베어스
모두들 미국의 농구하면 NBA를 떠올린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미국 농구의 진짜는 NCAA라고 말한다. 1부에만 320개가 넘는 대학이 있는 만큼 NCAA에는 각자 뚜렷한 색깔을 가진 팀들이 존재한다. 무수한 숫자 만큼 다양한 선수들과 여러 이변도 존재한다.
이준혁 매니저도 이런 매력에 빠진 사람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NBA를 좋아하는 팬이었죠. 그런데 미국에 갔는데 NCAA가 정말 재밌더라고요. 여러 이변들과 수많은 변수, 거기서 생기는 애교심까지. NCAA의 매력은 한 번 느껴봐야 돼요.”
‘캘리포니아 골든베어스’라는 팀명으로 알려진 UC 버클리는 소문난 명문이다. 32개의 컨퍼런스 중 NCAA의 메이저 컨퍼런스인 PAC-12에 속해 있으며, NBA 선수들도 많이 배출했다. 가장 유명한 선수로는 제이슨 키드가 이곳 출신이다. 이밖에도 케빈 존슨, 샤리프 압둘-라힘, 라이언 앤더슨, 앨런 크랩 등이 거쳐갔다.
이준혁 매니저는 그런 팀에 일원이 된 것이다. 그의 업무는 상대 경기 모니터링 및 분석, 훈련 영상 촬영과 편집 등이었다. 현재는 많은 팀에서 하고 있는 전반 경기 영상 편집 후 하프타임까지 전송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놀라운 점은 이것이 NBA 팀이 아닌 NCAA 팀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UC 버클리가 탄탄한 체계를 갖췄다는 것이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미국이라고 해서 모든 지도자가 전력분석을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UC 버클리를 맡고 있던 쿠온조 마틴 감독 역시 전력분석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 지도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형님 리더십을 강조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렇다고 전력분석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감독님보다는 전력분석 내용을 코치님들이 더 많이 보셨어요. 그리고 코치님들이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으면, 코치님들이 전달하셨죠.”
마틴 감독 또한 필요할 때는 귀를 기울였다. “한 번은 스태프 전원이 회의를 할 때였어요. 마틴 감독님이 갑자기 한 선수에 대해 저에게 질문을 하셨죠. 마침 제가 주의 깊게 보던 선수여서 설명했죠. 오른쪽으로 많이 도는 습관이며 플레이 스타일까지도요. 그에 대한 수비법과 매치업 수비수도 이야기했어요. 그대로 마틴 감독님이 경기에 사용하시더라고요. 뿌듯했죠.”

“마감 임박”
2년 동안 캘리포니아 골든베어스의 일원으로 활약한 이준혁 매니저. 여러 뜻깊은 경험들을 체험한 그는 군 복무를 위해 2017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놀라운 점은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군에 입대했다는 것이다.
“주위에서 다들 말렸죠. 그런데 제가 찝찝한 걸 싫어해요. 그리고 미국에서만 살았다면 모르겠는데,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다녔으니 군 복무는 의무라고 생각해서 다녀왔죠.”
21개월 간의 군 복무 이후 그는 고민에 빠졌다. 여전히 스포츠 관련 업무를 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한국 스포츠 여건상 자리가 없었다. 좁디 좁은 문을 기다리지 못했던 그는 여러 기업들을 알아보고 있던 순간, KT 스포츠단의 채용 공고가 눈에 띄었다.
“이거다 싶었죠. 스포츠 중에서도 농구를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그런데 하필 그날이 마감이더라고요. 그래서 마감 20분 전에 부랴부랴 이력서를 써서 냈죠(웃음).”
급하게 써서 낸 이력서가 통했다. 2020년 11월, 이준혁 매니저는 KT 농구단에 입사하며 농구와의 연을 이어갔다. 그의 주 업무는 선수단 운영. 해외 관련 경험도 많고, 전력분석도 경험한 만큼 관련된 보조 업무들도 맡고 있다.
물론, 같은 업무지만, 환경에서 오는 차이도 있다. “좋아하는 농구를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게 너무 좋죠. 하지만 미국과 KBL은 조금 달라요. 미국은 프런트와 선수단 상관없이 수평 관계이지만, 한국은 어쩔 수 없는 조직문화가 있잖아요. 확실히 달라요. 그래도 최근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과도 많이 친근하게 지내고 있어요. 특히 젊은 선수들이 잘 다가오더라고요. 항상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은 재밌는 것 같아요.”
다시 농구와의 연을 이어간 이준혁 매니저. 이제 걸음마를 떼는 단계인 그는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저가 농구를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저는 농구가 충분히 재밌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시 프로농구도 부흥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NBA도 한 때 인기가 없었을 때가 있었잖아요.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들이 나타나면서 살아났듯이 KBL도 그럴거라 믿어요. 그런 때가 올 때까지 이 판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비록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도요.”
#. 제일런 브라운과의 인연
이준혁 매니저가 UC 버클리에 있을 당시, 가장 유명한 선수는 제일런 브라운이었다. 현재 보스턴 셀틱스에서 뛰고 있는 그 브라운이 맞다. 단지 같은 팀에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나름 친분도 있다.
“그때부터 스타 플레이어였어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을 정말 잘 챙겼죠. 특히 다른 문화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저에게 먼저 어떻게 왔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어떤 일을 하는 스태프인지도 물어보고요. 가끔 훈련할 때 공도 잡아주면서 친해졌죠. 많이 친하지는 않아도 다같이 야구도 보러가고 했어요.”
“최근에 인스타 DM을 보냈는데, 의류 브랜드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도 살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살 수 있대요. 준다는 말은 안 하더라고요(웃음).”

사진 = 김영훈 기자, 이준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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