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프리미엄 붙은 비상장사 주가 기준 증여세 부과..法 "부과 취소"

홍혜진 2021. 9. 1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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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 대표, 회사 지분 45% 매수땐 주당 138만원
70% 매도땐 주당 180만원 적용, 거액 증여세 부과받아
법원 "지분 70% 거래에는 경영권 프리미엄 포함돼 있어
일반 주식보다 비싸게 거래..증여세 산정 기준 시가 아냐"
세금 CG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경영권 이전을 수반하는 지분거래에 적용된 주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가산된 것으로, 증여세 부과 기준이 되는 '시가'로 볼 수 없다는 법원 1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연예기획사 대표이사 A씨가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비상장 연예기획사 B사 지분 55%를 보유해 최대주주이던 대표이사 A씨는 2015년 11월 20일 C씨로부터 B사 주식 4500주(45%)를 주당 약 138만원에 인수해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C씨는 B사 설립자 중 한 명인 D씨의 조카로, C씨가 보유하고 있던 B사 주식은 D씨가 명의신탁한 것이었다.

매수계약을 체결한 5일 뒤 A씨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 70%를 주당 약 180만원에 다른 연예기획사인 E사에 양도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B사 주식변동 내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B사 지분 45%를 주당 138만원에 인수한 뒤 곧바로 지분 70%를 주당 180만원에 넘겨 차액을 수익으로 거둔 사실을 파악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A씨가 정당한 이유 없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 45%를 사들임으로써 D씨로부터 차액 상당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관할 세무서인 반포세무서에 이같은 자료를 통보했다. 이에 반포세무서는 A씨가 거둔 차액에 대해 증여세 4억7154만원과 가산세 2억2120만원을 부과했다. 이같은 부과 처분은 거래 당시 B사 주식 시가가 주당 180만원이라는 전제 하에 이뤄진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증여세 부과 기반이 된 주당 180만원이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구 상증세법)에서 규정한 '시가'에 해당하는지였다.

구 상증세법 제60조 제1항은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증여일 현재의 시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과세당국은 E사가 A씨로부터 지분 70%를 양도받기에 앞서 회계법인에 B사 적정주가를 의뢰한 결과, 현금흐름할인법(DCF법)에 따라 주당 180만원이 산정됐다며 이 가격을 시가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한편 A씨는 주당 180만원이라는 가격에는 경영권을 함께 넘기는 데 따른 비재무적 가치인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어 통상적인 주가인 시가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주당 138만원에 거래된 지분 45%는 회사에 주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소수지분이지만 지분 70%는 보유와 동시에 지배권을 갖게 되므로 지분 45%보다 더 비싼 값에 거래됐으며,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인 180만원을 시가로 보고 과세한 과세당국의 처분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E사는 A씨로부터 B사 지분 70%를 매수함으로써 B사에 대한 지배권 내지 경영권까지 취득했으므로, 매수 가격인 주당 180만원은 단순히 이 회사의 주식 7000주의 가치만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그 주식 취득과 함께 얻는 B사에 대한 지배권 내지 경영권의 가치도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러한 경영권 등 가치는 D씨 측이 A씨에게 지분 45%를 양도함으로써 소수주주로서의 간섭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대가보다는 객관적으로 더 많은 가격이 지불돼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설령 주당 138만원이라는 가격이 정당한 시가에는 미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주당 180만원이 구 상증세법 제60조 2항의 시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를 기준으로 주식가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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