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人열전]⑨ "빵 굽는 장인처럼 재료를 찾았다".. 층간소음 정복하겠다는 김정진 롯데건설 팀장

연지연 기자 2021. 9.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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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 크기의 폴리프로필렌을 부풀려 발포폴리프로필렌(EPP)을 만들어요. 이걸로 층간소음을 흡수할 완충재를 만듭니다. 몇 배로 부풀릴 것인지 원료는 어떤 것으로 쓸 것인지에 따라서 기량이 달라져요. 배율과 원료간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층간소음을 제대로 잡을 수 있죠. 그 조합을 찾아냈어요. 속이 뻥 뚫리더군요. 체증 내려가는 것처럼.”

김정진 롯데건설 소음진동솔루션 팀장(사진)은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층간소음의 원인과 완충재에 대한 이야기를 한 가득 풀어놨다. 그 속도가 속사포를 방불케했다. “쑥스러움을 잘 타시는 분인데 설명을 잘 하실 수 있을까요”라는 홍보팀의 걱정은 기우였다.

롯데건설 제공

13명의 석·박사급 팀원들과 함께 층간소음을 잡는 완충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이제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있다고 했다. 내년 7월쯤엔 개발한 완충재를 넣어 아파트에 넣어 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실험만 하던 것을 구현해내는 일이 코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층간소음을 잡기 위해 약 8개월간 자나깨나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 결과다.

“8개월간 20번 넘게 통계치를 분석했어요. 1+1의 결과값이 2가 나오면 안되고 3~4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4.5는 된 것 같아요. 더 발전시켜야겠지만, 그래도 만족할 만한 결과치예요.”

정말로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걸까. 그는 층간소음의 크기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대답에 망설임이 없었다.

“지금 상태로도 우리가 일본보다 층간소음 저감 기술력이 앞섭니다. 미국 유럽도 이 정도까지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어요. 미국도 유럽도 점점 우리나라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공동주택이 많아지면 층간소음 문제는 빗겨나가기 어렵죠. 층간소음방지 기술은 이제 수년안에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 수출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층간소음기술이 건설사의 먹거리가 될 수도 있어요.”

김 팀장에게 층간소음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아래는 김정진 팀장과의 일문일답.

― 층간소음이 참 괴롭다고들 한다

“괴롭죠. 한번 들리기 시작하면 계속 들리거든요. 특히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이다 보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 민원이 더 많이 들어온다고 봅니다(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층간 소음 관련 상담이 4만2250건으로 1년 전보다 61% 늘었다).

보통 그냥 윗집이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윗집에서 매트를 깐다거나 슬리퍼를 신는다거나 하면 된다는 식이죠. 그런데 윗집에서 진동이 안 왔으면 그런 해결책도 소용이 없는 거예요.

무엇 때문에 소리가 나는 지, 그 소리가 윗집인지 아랫집인지, 아니면 대각선으로 오는 건지 알아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흔히 윗집이랑 시비가 붙곤하는데 윗집은 진짜 억울할 수도 있어요.

소음이 옆집서 왔다면 아랫집에선 또 소음이 들리겠지요? 윗집에선 신경쓴다고 했는데 화가 납니다. 결국 싸움으로 번집니다. 공동주택에 살면서 층간소음은 피할 수 없습니다. 소음은 진동이예요. 자극이 있는데 진동이 없을 순 없죠. 특히나 지금 지어지는 아파트 구조로는 더 그렇습니다.”

― 아파트 구조를 바꾸면 된다는 건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아파트 구조도 층간 소음에 영향을 주죠. 그래서 일부에선 벽식 구조 아파트를 짓지 말자는 이야길 하는데, 벽식 구조 아파트가 지어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벽식 구조는 일단 비용이 싸고 빨리 지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주택 실수요자들에게도 좋은 점이 있어요. 건축비 줄이고 빨리 지을 수 있으니까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새 지어진 아파트 95.5%가 벽식 구조입니다. 벽식 구조를 기둥식 구조로 바꾼다거나 하는 것은 대안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것보다는 완충재로 층간 소음을 저감해야 합니다.”

― 완충재가 어떤 역할을 하나

“바닥이 어찌 구성되는 지 그것부터 설명해볼게요. 슬래브(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판상)를 깔고, 완충재(EPP)를 깔고 그 위에 배관이 들어가고 모르타르(mortar·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한 것)를 올립니다.

그 두께가 무한정으로 두꺼워지면 안돼요. 전체 두께는 유지하되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하는 거죠. 우리는 슬래브 210mm, 완충재 40mm, 모르타르는 70mm로 했습니다.

완충재의 소재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완충재의 원료는 좁쌀만한 폴리프로필렌이예요. 이걸 빵 구울 때처럼 부풀립니다. 부풀리는 걸로 끝이 아녜요. 압축도 해야죠.

결국 40mm 두께를 만드는 데, 어떤 원료로 몇배로 부풀리면 성능이 좋은지를 찾아내야 합니다. 8개월의 실험 끝에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어요. 더 연구해야 할 것도 있지만, 이것으로도 층간소음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 실험은 어떻게 하나

“3평짜리 방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실제로 시공을 해보는 거예요. 한 번 실험을 하는 데 4000만원 정도 들어가요. 시공을 해보고 여러가지 진동을 만들어보고, 소음과 진동이 어느 정도인 지 알아보죠. 가장 좋은 값을 찾아내야해요. 시간도 돈도 많이 들어가는 실험인 셈이죠.”

롯데건설 제공
/롯데건설 제공

― 층간소음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나

“지금 현재 기술로 지은 아파트의 소음진동 수치는 53데시벨(db)입니다. 여기에서 6데시벨만 낮아져도 체감하는 소음은 확 줄어들 거예요. 슬래브나 모르타르 재료를 예전으로 돌릴 수 있으면 더 쉽겠지만, 그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까요.”

― 무슨 이야기인가

“재료 수준이 예전보다는 안 좋아졌어요. 과거엔 기술이 좋지 않았지만 재료가 워낙 좋았거든요. 콘크리트를 구성하는 재료, 모래의 질이 좋았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모래를 구할 수 없어요. 이젠 바다에 있는 모래를 물에 씻어서 쓰고 바위를 깨서 원료를 구하잖아요. 옛날에는 강가에 질 좋은 모래가 널려있었어요. 삽으로 퍼 올리기만 하면 빠글빠글한 모래가 널려있었죠. 이젠 그런 모래가 없기도 하고 그렇게 할 수도 없어요. 기술력으로 커버하는 거죠.”

― 옛날에 지어진 아파트가 층간소음이 훨씬 덜하다는 것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땐 슬래브 두께가 워낙 얇았어요. 1990년대 이전에 지은 아파트는 충격음 기준이 별도로 없었거든요. 지금 슬래브 두께는 210㎜인데 이렇게 된 것도 2013년 이후로 입니다.

2013년 이후로 바닥 슬래브 기준이 180㎜에서 210㎜ 이상으로 강화됐어요. 층간소음이 2db(데시벨) 정도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왔죠. 더 옛날엔 100~120㎜로 훨씬 얇았고요.

슬래브 두께가 두꺼우면 소음을 줄일 수 있죠. 그런데 층고에 영향을 주니 무작정 두께를 늘릴 수도 없어요. 요즘 사람들 층고가 높길 바라지 않습니까.”

― 다른 건설사도 완충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나

“다른 건설사도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 엄청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해법은 조금씩 다른 상황이예요. 어느 건설사의 경우엔 슬래브 두께를 두껍게 하는 걸로 가닥을 잡은 걸로 알아요. 완충재에 집중하는 우리와는 다르죠.

다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건 법이 바뀌어서입니다. 건설기준법에 따라 내년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공동주택 단지는 준공 전 층간소음 점검을 받게 되거든요.

지금은 아파트 준공 전 바닥 구조를 미리 평가하고, 설계대로 지으면 층간 소음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합니다. 앞으로는 집을 다 지은 후에 층간 소음을 측정하고, 층간 소음기준에 미달하면 건설사는 보완 시공을 해야 합니다. 기술 발전을 엄청 촉진할 거예요.”

― 우리나라만 층간소음 문제가 이리 심한건가

“다들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죠.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심할 수 밖에 없어요. 미국은 집안에서 신발 신고 다닙니다. 운동화는 인체공학적으로 하중을 견디게 만들어졌어요. 매트가 발 밑에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럽을 보면 층간소음 기술이 경량 충격음에 맞춰져있어요. 집에서 구두를 신는 니즈가 있었다고 보면 돼요. 굽 높은 구두를 신고 걸어보면 또각또각 소리가 납니다. 손마디로 책상을 칠 때 나는 소리예요. 콩콩콩. 위에서 아래로 바로 진동이 전달되죠.

그런데 우리는 생활환경이 좀 달라요. 우린 일단 맨발로 다니죠. 발꿈치로 바닥 디디는 소리, 흔히들 말하는 발망치 소리가 소음의 주범이고요. 그리고 우린 바닥에 그냥 눕기도 하고요. 모두 중량 충격음이예요. 바로 아랫층으로 가는 진동이 아녜요. 울리죠. 이런 환경 때문에 해외 기술이 우리나라 층간 소음의 해결책이 될 수 없어요.”

― 결국 층간소음의 괴로움에서 자유로워지는 날이 온다는 것인가

“옵니다. 소음을 47db로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층간소음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준 수치라고 보면 돼요. 현재보다 6db만 낮추면 됩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된다고 보고 있어요. 기술 발전 속도로 가능할 것이라고 봐요. 공동주택서 조용하게 살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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