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줄도 몰랐는데 세 번째라고?".. 강동 수소발전소 놓고 지역주민 불만 '폭발'

이종현 기자 2021. 9.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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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3기 착공식 때까지 1·2기 존재조차 몰라"
구청 "협의체 구성해 주민 의견 적극 반영할 것"
지난 6월 열린 고덕청정에너지 발전소 착공식 현장. /한수원 제공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일대에 지어지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수소발전소)를 놓고 지역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세 번째 수소발전소가 착공한 뒤에야 1·2기 수소발전소의 존재를 알게 된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발전소가 논란이 된 지난 6월부터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최대 주주로 있는 고덕청정에너지는 지난 6월 29일 강동구 고덕동에서 수소발전소 착공식을 개최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휘수 고덕청정에너지 사장, 이정훈 강동구청장, 안재현 SK에코플랜트 사장, 배명호 코원에너지서비스 사장 등이 참석했다.

고덕동에 세 번째로 들어설 수소발전소인 고덕청정에너지 발전소는 한수원이 40%, SK에코플랜트, 코원에너지서비스, KB자산운용 등 3개 회사가 60%의 지분을 출자했다. 도심형 친환경 에너지 공급을 목표로 1187억원을 투입해 2022년 7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대대적인 착공식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지역 주민들이 수소발전소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차린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강동구에는 2014년 운영을 시작한 고덕그린에너지(1기) 발전소와 2020년 운영을 시작한 강동연료전지(2기) 발전소가 이미 가동 중이었다. 이번에 착공한 3기 발전소도 2017년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전사업을 승인한 것이다. 아직 계획 단계인 4기 발전소도 이미 정부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7년째 가동 중이던 수소발전소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이야기한다. 강동구 천호1동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A씨는 “주민들 동의 없이 몰래 진행한 수소발전소에 반대한다”며 “구민들을 최우선으로 위해야 하는 구청이 어떻게 이럴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명일동 삼익그린아파트에 6년째 거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B씨도 “열병합 발전소라고만 생각했지 수소발전소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이 수소발전소의 존재를 몰랐던 건 애매한 규정 때문이다. 법적으로 100㎹이하 규모의 발전소 건설은 별도의 공청회를 열지 않아도 된다. 고덕청정에너지(3기) 발전소는 19.8㎹ 규모다. 강동구청은 2019년 12월에 수소발전소 건설 관련 주민의견을 묻는 열람공고를 했지만, 구청 홈페이지 구석에 있는 열람공고를 확인하는 주민은 없었다.

신무연 강동구의회 의원은 “구청과 주민 간의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구청이 소통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강동구의회에서 활동한 지 7년이 됐지만 수소발전소의 존재 자체를 최근 들어 알게 됐다며 강동구청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강동구청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일부 인정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3기 수소발전소 설립 당시 심의 과정이 빠져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인정했다. 3기 수소발전소에는 여러 주소지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직원이 이를 일일이 처리하다보니 행정적 착오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구청 관계자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주민들에게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민원이 제기되자마자 심의 과정을 다시 거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수소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이뤄진 비대위 측은 이에 대해 구청이 주민들과 대화하기는 커녕 자신들의 문제를 감추려고 심의 과정을 자문으로 가능케 하는 제도 개선을 해놓고 다른 소리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발전업계는 수소발전소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수소발전소가 들어서는 곳이 고덕, 강일 택지지구 인근인 만큼 만에 하나 사고 발생 시 많은 인명피해가 날 수 있다는 이유다. 고덕동에 살고 있다는 한 30대 후반의 남성은 “발전소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해명을 들었지만 수소 탱크를 싣고 다니는 트럭이 사고가 나면 큰 사고로 번질까봐 두렵다”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수소경제 육성 관련 법이 통과되면 수소탱크를 실은 트럭이 수소발전소를 오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수소발전소 건설은 브레이크가 걸리는 모양새다. 강동구의회 등에 따르면, 강동구청은 3기 발전소 건설 중단을 사업자에 요청한 상태다. 지역 주민들이 탄원서 2만여개를 제출하는 등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이대로 사업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구민들께서 많은 민원들을 제기해주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추후 민관협의체를 만드는 등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수소발전소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고덕동처럼 전국 곳곳에서 수소발전소 건설이 지역 주민의 반대에 가로막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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