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빌라도 10억..중개업자도 혀내두르는 'GTX 거품집값'

강신우 2021. 9. 1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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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호재 의왕 주변 집값 과열 주의보
신축·구축 가리지 않고 2~3억 높여 불러
신도시 지정에 정차역 기대감 커진 안산
"하반기 상승 전망..급등지역 투자 유의"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말도 마세요. 올초 6억원에 팔렸던 아파트가 지금 12억원을 불러요. GTX 정차소식이 나온 뒤 며칠사이 호가가 2억~3억원 오른 셈입니다. 이 아파트는 올초 6억원에 팔렸는데, 호가만 보면 한달에 1억원씩 오르는 거 같아요. 집주인들이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니까 중개업자인 저조차도 팔아주기 싫을 정돕니다. ”

지난 10일 오전 11시 기자가 찾은 1호선 의왕역 주변 경기 의왕시 삼동 일대는 GTX역 정차 검토소식이 나온 이후 한껏 고무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의왕역에서 덕성초교 삼거리까지 직선으로 뻗은 부곡중앙로를 따라 가로수 사이사이에 ‘GTX-C 의왕역 정차를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이 수십 장 펄럭였다. 5층짜리 저층 아파트 외벽에는 정비사업 조합 창립총회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고, 주변 상가 건물마다 재건축 전문 부동산 중개업소 광고가 빽빽했다.

경기도 의왕시 의왕역 인근 도로에 ‘GTX C 의왕역 정차를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강신우 기자)
의왕역 주변 빌라도 2~3억 더 불러 ‘배짱호가 ‘속출’

경기 의왕역 주변 부동산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의왕·군포·안산 일대의 신도시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의 의왕역 정차를 언급한 게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의왕 집값은 올 들어서 30% 이상 올라 전국에서 가장 많이 뛴 곳이다. 그런데도 GTX역 정차 얘기가 나오자 낡은 빌라마저도 일주일새 호가가 2~3억원씩 뛰고 있는 것이다.

의왕역 인근 M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달 말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재개발 지역의 한 빌라는 웃돈(프리미엄)만 6억7000만원을 부르고 있다”며 “감정평가액에 웃돈, 추가분담금 등을 모두 합하면 32평 아파트 입주권을 얻는데 11억원 이상은 들 것”이라고 했다.

배짱 호가도 속출하고 있다. 삼동 의왕파크푸르지오(2019년1월 준공·1068가구)아파트는 전용면적 85㎡ 기준 호가 12억8000만원(22층)까지 매물이 나와있다. 최근 실거래가(8월21일·21층) 9억4000만원보다 3억4000만원 높은 금액이다. 이 단지는 올 초 6억원대에 거래됐지만 매달 1억원씩 올랐다. 구축 시세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삼동 부곡대우이안(2003년9월 준공·688가구)은 전용85㎡ 기준 호가 최고 8억5000만원에 매물이 있다. 지난 달 6억4250만원(15층)에 실거래된 값보다 2억원 가량 높다.

삼동 일대 S공인은 “의왕역 근처는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인데다 GTX 호재까지 겹치면서 호가를 상당히 높여 부르는 집주인이 많다”며 “우리가 봐도 너무 높게 부를 정도”라고 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의왕 주변지역도 ‘기대감’ 솔솔

GTX는 올 한해 집값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GTX가 투자 수요를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다. 올해 집값 상승률 톱5 지역인 의왕(31. 04%), 시흥(29.73%), 안양 동안(27.04%), 안산(25.74%), 인천 연수(24.93%)는 주변에 GTX가 지나가거나 들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 지역이다. 그동안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이던 의정부와 양주도 20%가량 올랐다.

특히 이번에는 GTX 정차역과 멀어졌거나 한걸음 빗겨 있던 경기 화성이나 안산, 광주, 이천 등도 들썩이고 있다. 애초 GTX 선정에서 떨어졌던 의왕이 이번에 포함되자 “우리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퍼졌기 때문이다. 실제 안산 단원구 고잔동 고잔푸르지오5차(전용85㎡) 아파트는 지난 6월 5억 후반대에 실거래됐지만 현재 최고 7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고잔동 일대 B공인은 “이번에 신도시가 들어오면 GTX 정차역 신설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대앞역이나 상록수역 인근 아파트 매물이 많이 들어간 상태”라고 했다.

의왕역을 고리로 경기 남부권 부동산시장의 이상과열 조짐마저 나타나자 국토부가 섣불리 교통대책을 언급하며 집값만 띄운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왕 삼동에 거주하는 박 모(45)씨는 “국토부가 어느 한 지역을 콕 집어 GTX 정차역이 신설된다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국토부 언급이 기정사실화하면서 호가가 수억 원씩 치솟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미 많이 올랐다” 경고도

전문가들은 섣불리 GTX투자 대열에 합류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집값이 지나치게 오른데다, GTX 건설과정의 불확실성도 여전해서다. GTX의 사업 진행속도는 더딘 편이다. 파주 운정∼화성 동탄을 연결하는 GTX-A 노선의 지난 7월 말까지 공정률은 19.4%에 불과하다. 정부 목표치인 22.8%에 못 미친다. 지난 6월 민간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친 GTX-C 노선도 우회나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노선의 경우 기본 계획 수립도 안된 상황이다. 막대한 건설비나 노선을 두고 갈등이 커지면 자칫 GTX가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의왕 등 GTX 정차역 검토나 정비사업 움직임, 택지개발 등을 고려하면 실거주나 투자수요 유입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교통·개발 호재가 이미 집값에 반영된 점 등을 고려해 실제 개통시점에서의 부동산 가치가 어떨지는 투자 전에 미리 판단해볼 필요는 있다”고 했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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