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검찰, ‘코로나 부실 대응’ 전 보건장관 수사
프랑스에서 코로나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로 검찰이 전직 보건부 장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기소될 경우 선진국에서 방역 실패로 사법 처리되는 첫 번째 장관급 이상 고위 인사가 될 전망이다.
10일(현지 시각) 공영 라디오 RFI에 따르면, 아녜스 뷔쟁 전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이날 장관급 이상 고위 인사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특별법원(CJR)에 출석했다. 검찰이 팬데믹 대응에 부실하게 대응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혐의로 뷔쟁 전 장관에 대해 수사를 벌이자 CJR이 직접 진술을 들은 것이다.
뷔쟁은 지난해 1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프랑스에까지 들어올 가능성은 낮고, 프랑스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될 위험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후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비난을 받았다.
뷔쟁은 혈액·종양학을 전공한 의사다. 2017년 보건부 장관으로 발탁됐으며, 2020년 2월 파리 시장 선거에 여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사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최측근이 성추문으로 중도 낙마하자 뷔쟁을 대타로 내보냈다. 그러나 안 이달고 현 시장의 재선을 막지 못했다.
뷔쟁은 보건장관 재임 당시에는 코로나 위험성을 간과하는 발언을 했지만, 작년 3월 파리 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에는 “코로나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정부 안에서)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해 스스로 논란을 키웠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것이다.
뷔쟁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널리 확산되기 이전에 사퇴했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고위 인사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수년씩 걸리는 게 예사다.
뷔쟁에 대한 수사는 여론을 달래려는 측면도 있다. CJR은 방역 실패에 대해 뷔쟁을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들을 처벌해달라는 불만 민원이 1만4500여 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뷔쟁은 이날 CJR에 출석하면서 “내 입장을 말할 좋은 기회”라고 했다. 검찰은 뷔쟁의 후임 보건장관인 올리비에 베랑과 지난해 총리였던 에두아르 필리프 현 르아브르 시장도 수사 대상에 올려 놓았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