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의 현실 대처'를 미술 전시로 옮겨 온 권정현씨

채지선 2021. 9. 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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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예전에는 일부였고, 그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2~3년 사이 대다수가 하고 있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게 돼 버렸죠. 제게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권씨는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해당 전시를 선보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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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자본' 전시 1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SeMA벙커에서
밀레니얼의 자산 증식 너머 사회 구조 문제 살펴
독립 기획자 권정현씨가 지난 1일 '믿음의 자본'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미술관 SeMA벙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주식,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예전에는 일부였고, 그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2~3년 사이 대다수가 하고 있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게 돼 버렸죠. 제게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자본 소득이 노동 소득을 추월한 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의 현실 대처 방식을 다룬 전시 '믿음의 자본'이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미술관 SeMA벙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권정현(30)씨는 주위의 기류가 바뀐 것을 포착, 이를 미술 전시로 풀었다. 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TV에 나와 당당하게 건물주가 꿈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들뿐 아니라, 나름의 성취를 이룬 이도 다를 게 없었다. 권씨는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해당 전시를 선보이게 됐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1980년대 후반 또는 1990년대생들. 권씨는 "겉으로 보기에 저희 세대가 자본에 열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이빈소연 작가의 설치작 '만사형통 가든'은 젊은층에서 유행하고 있는 '미라클 모닝' '억만장자 모닝루틴'과 같은 자기계발 담론을 소재로 삼았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스트레칭이나 명상을 한 뒤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을 만들면 성공을 할 수 있다?' 권씨는 이 같은 담론이 개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일 수 있다고 봤다. 사회 구조적 문제일 수 있는 부분을 개인의 노력 부족 문제로 돌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샐러리, 케일 등 아침에 갈아먹는 채소로 정원용 식물 삼아 가든을 구성하고 도교 문양을 넣어 부를 기원하는 자기계발 논리를 일종의 제단 형태로 시각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눈길이 가는 또 다른 작품은 건축물 너머의 보이지 않는 자본 현상, 불안,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은희 작가의 '여의도 투어: 환상의 버블'이다. 금융사 건물이 즐비한 서울 여의도를 돌아다니며 촬영한 것이다. "자본 시장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벌고, 금융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은 참여조차 할 수 없죠. 자본으로 소득을 증가시키는 게 쉬운 세상은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킬 거라 봅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불안정한 노동 환경 속에서 불안하고 흔들릴 때가 많다. 권씨는 "당장 내년에 어떤 일을 할 지 알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특히 미술계가 그렇다"며 "주식 등 누구나 다 하는 걸 혼자만 안 하고 있으면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씨는 자본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전시를 기획한 핵심적 이유이기도 하다. "'모두가 다 안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을 가끔 해 봐요. 전시가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시는 19일까지.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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