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인데 '최고가 기현상'.. 1년새 16억 오른 아파트 등장

정순우 기자 2021. 9. 13.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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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거래량 반토막 났는데 왜?

“33평형 아파트 1900가구가 넘는데, 매물이 5개~6개뿐이에요. 7~8월에 단 2건 거래됐는데, 상반기 최고가보다 2억7000만원이나 올랐으니 어리둥절하죠.”

지난 10일 만난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분명히 ‘거래 절벽’인데 집값은 계속 오르기만 하니 희한한 일”이라고 말했다. 흔히 주택 거래 감소는 매수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커 집값 하락의 전조로 해석된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166건으로 1년 전보다 36% 줄었다. 2017~2020년 4년간의 8월 평균 거래량(7940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2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안내 광고가 붙어 있다. 최근 서울에서 ‘매물 잠김’ 장기화로 아파트 거래가 급감했지만, 정부와 민간기관이 발표하는 집값 통계는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서울 주택 시장에선 거래가 급격히 줄었음에도 집값은 고공 행진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반복된 집값 고점 경고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에도 민관(民官)의 아파트값 관련 통계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6~8월에만 서울 아파트값은 2.24% 올랐다. 정부가 ‘비상 상황’이라며 6·17 대책, 7·10 대책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던 작년 여름(6~8월) 집값 상승률(0.64%)의 3배가 넘는다.

◇거래 끊겼는데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작년의 3배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1년 만에 가격이 10억원 넘게 급등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244㎡는 8월 중순 65억원에 팔렸다. 작년 9월 기록한 최고가(48억5000만원)보다 16억5000만원이나 오른 가격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는 일부 극단적인 사례로 시장 상황이 왜곡될 수 있다”면서 “실수요든 투자 목적이든 섣부른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 급감에도 가격이 계속 오르는 서울 부동산 시장에 대해 “최근 수년간 집값이 많이 오른 탓에 매수 심리가 위축됐음에도 시장에 원하는 만큼의 매물이 나오지 않는 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해석한다. 매물 감소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6월부터 시작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로 ‘매물 잠김’이 심화했고, 1주택자도 양도세·취득세 등 세금 부담 때문에 ‘갈아타기’가 불가능해지면서 ‘거래 절벽’ 현상을 가속하고 있다.

12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 집계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3만9768건으로 3개월 만에 11.4% 줄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일반적으로 매수 수요가 줄어들 때 거래가 급감하지만, 지금의 거래 절벽은 다주택자 규제 등 정부 정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세무사는 “1주택자가 필요에 의해 10억원짜리 집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려 하면 각종 세금 때문에 7억~8억원짜리 집을 찾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실거래가 부풀리기 등 시장 교란 우려도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혹 이뤄지는 거래가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집주인들은 매물의 호가(呼價)를 더 올리고 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 ‘삼익세라믹’ 40㎡의 실거래가는 올해 4월 3억2900만원에서 지난달 4억3400만원으로 1억원 넘게 뛰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82㎡도 지난달 29억78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전 기록한 최고가(28억4000만원)를 또 뛰어넘었다. 강남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안 팔려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최고가보다 1억~2억원씩 비싼 값을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거래 절벽 상황이 ‘실거래가 부풀리기’ 등 시장 교란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일부 극단적인 거래에 의해 시장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은 집값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위험으로 볼 수도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 등에 따라 주택 경기가 급랭할 수 있으므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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