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송편
[경향신문]

송편을 빚는다
무른 반죽을 떼어 손바닥 위에 굴린다
엄지로 옴폭하게 모양을 만들고
소를 넣어 끝을 여민다
지난 한가위엔 팔순의 아버지와 함께
마루에 앉아 송편을 빚었지
아버지는 송편을 참 예쁘게도 빚었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
올 한가위엔 아버지가 없고
아버지가 빚은 기름한 송편도 이 세상에 없고
쪄내면 푸른 솔잎이 붙어 있던
뜨끈한 반달 송편 하나
선산엔 아버지를 넣고 빚은 커다란
흙 송편 하나
그리고 나에게는 딸이 둘
고영민(1968~)
슬픔은 옆으로 슬쩍 밀쳐두었을 때, 마치 남 이야기하듯 덤덤히 이야기를 꺼내놓을 때 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런 슬픔은 오래 냉장고에 넣어둔 막걸리 같다. 앙금이 가라앉아 탁주도 아닌, 청주라 하기에도 뭣한 그런 맑은 술. 조금만 흔들려도 다시 탁해지지만, 슬픔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지만, 아버지가 안 계신 올 한가위는 유난히 쓸쓸하다. 곁에서 아버지가 송편을 빚는 듯하다. 시인은 명절 분위기 망칠까봐 내색하지 않는다.
시인은 기름하고 예쁜 송편을 통해 누이들도, 딸들도 예쁘다는 걸 은근 자랑한다. 두 딸은 할아버지가 앉았던 자리에서 “무른 반죽을 떼어” 조물조물 장난을 친다. 다 빚을 때쯤 아내가 먼저 찐 송편을 내온다. 딸들과 송편을 먹던 시인은 문득 산소가 “아버지를 넣고 빚은 커다란/ 흙 송편” 같다고 생각한다. 상상력이 빛나는 지점이지만, 먹던 송편이 목에 걸린다. 냉장고에서 막걸리를 꺼내 마시던 시인이 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슬픔과 기쁨이 교차한다.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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