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순우리말 같은 한자말 '추석'

엄민용 기자 2021. 9.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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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고 했다. 음력 5월에는 농사를 짓느라 힘들지만, 음력 8월에는 농사가 끝나고 모든 것이 넉넉해 신선처럼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8월 한가운데에 있는 날이 ‘추석’이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속담도 생겨났다. ‘가윗날’은 한자말 추석과 같은 뜻의 순우리말이다. 추석은 ‘한가위’와 ‘중추절(仲秋節)’로 불리기도 한다.

한자로 보면 추석(秋夕)은 ‘가을(秋) 저녁(夕)’이다. 하루를 아침·낮·저녁으로 나눈다면, 저녁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때다. 따라서 ‘가을 저녁’이면 가을이 끝날 무렵을 뜻해야 한다. 하지만 추석은 ‘가을의 중간’에 들어 있다. ‘한가위’와 ‘중추절’도 그래서 생겨난 말이다. ‘한가위’는 “크다”를 뜻하는 ‘한’과 “가운데”를 의미하는 ‘가위’가 합쳐진 말이다. 즉 “(8월) 한가운데의 큰날(명절)”이다. 음력 7~9월이 가을이니, ‘8월 한가운데’이면 딱 가을의 중간이고, 이를 한자로 옮긴 것이 ‘중추절(仲秋節)’이다.

이렇듯 ‘추석’이 시기상으로는 가을의 중간 무렵이지만, 의미상으로는 ‘가을의 저녁’을 뜻하게 된 이유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과거 중국에서 추석 무렵을 ‘중추(中秋)’ 또는 ‘월석(月夕)’이라고 불렀는데, 한자가 널리 쓰이게 된 신라 중엽부터 중추와 월석에서 한 글자씩 따서 조합했다는 설이다. 여기서 월석은 이 무렵의 달빛이 가장 좋다는 의미로 쓰인 말이다. 또 다른 유래는 중국 고전 <예기(禮記)>에 나오는 ‘추석월(秋夕月)’에서 따왔다는 설이다. 두 유래 모두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나온 내용이다.

아무튼 ‘추석’이 중국에 뿌리를 둔 것은 확실하다. 한자말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추석’은 우리만의 글자이기도 하다.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음력 8월15일을 ‘추석’이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음력을 쓰지 않고, ‘秋夕’도 그냥 “가을 밤”을 뜻한다. 또 중국에서는 한가위를 뜻하는 말로 ‘중추절(中秋節)’과 ‘팔월절(八月節)’ 등을 쓴다. 추석은 우리만 쓰는 한자말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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