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모험.. 보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채은 기자 2021. 9.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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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결혼을 모험이라고 하잖아요. 현대인들이 모험에 뛰어들기에 앞서 가입하는 게 보험이고요. '결혼보험'이라는 아이디어는 이런 발상에서 출발했습니다."(윤고은) 작품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소설가 윤고은(41)이 '안심 결혼보험 약관집'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다룬 장편소설 '도서관 런웨이'(현대문학)를 최근 펴냈다.

윤고은은 "지금은 반대로 주문하지 않은 재난이 배달된 상황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밤의 여행자들'에 쓴 재난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현재 정말로 추리해내고 싶은 주제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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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도서관 런웨이' 낸 윤고은
현대사회 결혼의 의미 풀어내
'절친' 소설가 염승숙이 해설 써
두 사람은 학부 때보다 문단 데뷔 후 더 친해졌다. 염승숙(오른쪽)이 “윤고은은 밥을 많이 사주는 선배였다. 1학년 방학 프로그램 때 언니가 써서 발표한 소설도 기억하고 있다”고 하자 윤고은은 “이상하게 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흔히들 결혼을 모험이라고 하잖아요. 현대인들이 모험에 뛰어들기에 앞서 가입하는 게 보험이고요. ‘결혼보험’이라는 아이디어는 이런 발상에서 출발했습니다.”(윤고은)

작품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소설가 윤고은(41)이 ‘안심 결혼보험 약관집’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다룬 장편소설 ‘도서관 런웨이’(현대문학)를 최근 펴냈다. 그는 전작 ‘밤의 여행자들’(2013년)에선 재난 여행 프로그램을, ‘1인용 식탁’(2010년)에선 혼자 식사하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신작에서 윤고은은 영원한 사랑의 서약으로 여겨지는 결혼을 소비상품의 잣대 위에 올려놓고 현대사회에서 결혼이 갖는 의미를 재해석했다.

신작 해설은 2017년 평론으로 등단한 소설가 염승숙(39)이 썼다. 두 사람은 동국대 문예창작과 선후배로 소문난 절친이다. 이들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필 과정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염승숙은 “해설을 써달라는 말에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윤 선배가 진지하게 부탁해 즐거운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고은이 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을 지켜봐 온 염승숙은 ‘뜻깊은 해설을 써 줄 평론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해설 제의를 받고 나선 평소 애정을 담아 해설을 써 내려갔다. 윤고은은 “학교 후배, 동료 소설가여서가 아니라 평론가로서 염승숙을 신뢰하고 있었기에 고민 없이 그를 선택했다”고 했다.

윤고은의 작품들을 염승숙이 줄줄이 꿰고 있는 덕에 해설은 깊이 있고 짜임새 있게 쓰일 수 있었다. 염승숙은 “첫 장편 ‘무중력 증후군’에서부터 드러났던 재기발랄한 화술과 색다른 상상력이 윤고은의 매력”이라며 “곳곳에서 나오는 윤고은만의 서사는 그가 열정을 다해 심어 놓은 표식과도 같다”고 썼다. 염승숙은 “윤고은이라는 작가가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문제의식, 이를테면 인간 존재의 가난함이나 인생의 부조리 같은 것들이 이번 소설에도 툭툭 튀어나왔다. 그걸 잘 포착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윤고은은 올 7월 ‘밤의 여행자들’로 영국추리작가협회(CWA)가 주관하는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했다. 등장인물들이 멀리 떨어진 재난을 찾아가는 내용의 작품이 팬데믹 와중에 수상한 게 작가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윤고은은 “지금은 반대로 주문하지 않은 재난이 배달된 상황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밤의 여행자들’에 쓴 재난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현재 정말로 추리해내고 싶은 주제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문법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소설을 쓸 생각이라고 했다. 장르는 출발점일 뿐 어디로 뻗어 나가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얼마든지 다른 장르로 흐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

“장르를 가로지르는 작품들, 그래서 서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어느 분야에 책을 비치해야 할지 고민하는 책들이 궁금해요. 궁극적으로는 모든 작가가 각자 하나의 장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윤고은)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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