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9] ‘9·11’ 20년, 달라진 건 없다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 제3000년기의 첫해인 2001년 새해는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 위기에 대한 우울한 신년사로 문을 열었다. 태평양 건너에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했고 일본에선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이 출범했다. 봄바람이 불기도 전에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바미얀 석불을 로켓탄으로 파괴했으며 초여름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꼽힌(이 시점까지는!)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테러범 티머시 맥베이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9월 11일 날 아침 뉴욕의 심장부를 강타한 민간 항공기 테러 사건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니다. 알 카에다의 테러범들이 벌인 이 전무후무한 테러는 미국은 물론 세계의 모든 질서를 뒤흔들었다. 3000명 가까이가 목숨을 잃었고 6000여 명이 부상했으며 아직도 수만 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20년간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의 총 전사자가 3800명임을 감안한다면 9·11은 테러를 넘어 거의 전쟁에 가깝다.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붕괴하던 날 희생자 안에는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몸을 던졌던 뉴욕시의 소방관 343명과 경찰관 23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 세기적인 사건이 일어나던 해 데뷔한 플로리다 출신의 펑크 밴드 옐로카드는 이 순직 소방관들과 경찰들에 대한 존경을 담은 노래 ‘Believe’를 2003년 발표한다. “어둠 속에서 생명을 구하려는 영웅들을 생각해 보세요/ 불길을 뚫고 더 높이 올라갈수록 시간은 점점 소진되고 있었죠/ 자신이 다시 살아서 내려올지 결코 몰랐겠지만/ 그러나 당신은 나를 위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 노래는 밥 말리가 ‘No Woman, No Cry’에서 외쳤던 “모든 것은 잘될 거야”를 후렴구로 오마주하면서 감동적으로 페이드아웃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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