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타다 실패' 되풀이 안 된다

양준영 2021. 9. 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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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여당의 '카카오 때리기'는 '타다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카카오페이 보험 비교 서비스가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이라는 금융당국의 판단, 여당의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토론회, 공정거래위원장·방송통신위원장의 플랫폼 기업 규제 관련 언급 등 정부 여당은 요 며칠 시나리오에 따른 것처럼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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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영 오피니언부장

최근 정부 여당의 ‘카카오 때리기’는 ‘타다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회원 170만 명을 모았던 호출형 렌터카 서비스 ‘타다’는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다가 퇴출됐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타다 금지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타다와 카카오의 논란은 다르지만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의 신사업 진출, 기존 시장 참여자의 반발, 정치권의 가세, 정부의 규제 입법 추진 등 흐름 전개가 비슷하다. 카카오페이 보험 비교 서비스가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이라는 금융당국의 판단, 여당의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토론회, 공정거래위원장·방송통신위원장의 플랫폼 기업 규제 관련 언급 등 정부 여당은 요 며칠 시나리오에 따른 것처럼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여당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할 것을 예고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타다 금지법’ 같은 ‘카카오 금지법’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타다 연상시키는 카카오 규제

“혁신의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여당의 카카오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평가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는 나쁜 기업이라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의 사업모델에 대한 거부감이 드러난다. 하지만 재벌도 아닌 10년차 기업이 계열사를 100개씩 둔 게 잘못이라는 건지, 수수료 무료로 사업을 시작하면 영원히 유료화하지 말라는 건지 헷갈린다. 이런 비판보다는 플랫폼 독점을 악용해 공정 경쟁을 저해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야 설득력이 높아지지 않았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카카오 ‘탐욕’의 사례로 계열사 118개를 들었다. 하지만 2019년에도 90여 개로 계열사 수 2위였다. 꽃배달·헤어숍 같은 골목상권 관련 계열사가 비판받고 있지만 이런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는 콘텐츠 관련 국내외 법인, 블록체인 등 신사업 분야 계열사다. 인수합병(M&A) 등 투자를 확대한 것이 비난만 받을 일은 아닐 것이다.

 창의 혁신 훼손되는 일 없어야

카카오가 최근 마찰을 빚은 분야는 모빌리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 요금을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올리려다 여론의 반발에 철회했다. 택시호출 시장 점유율 80%라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이익 늘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이런 시장 구도를 만든 건 정부다. 지난해 타다금지법 시행으로 정부 기대와 달리 모빌리티 혁신과 다양성은 약화되고 가맹택시 위주로 시장이 재편됐으며, 카카오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모빌리티 시장의 혁신과 경쟁보다는 택시업계 달래기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온라인 플랫폼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특정 기업을 규제한다고 바뀔 일이 아니다. 탐욕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성급하게 규제할 경우 기존 사업자 보호는 가능할지 몰라도 혁신 서비스 경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존 사업자들이 플랫폼 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이 영향력을 행사해 소비자 편익을 축소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막는 게 규제당국의 역할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해 각종 규제 법안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규제가 기업인의 창의와 혁신, 소비자의 선택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존 사업자와의 상생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다. 타다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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