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세달 만에 IAEA 임시 핵사찰 재개 합의
[경향신문]
이란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임시 핵사찰을 세달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란과 IAEA는 불과 5일전 설전을 벌이며 대립 구도를 이어갔지만, 이번 합의로 양측의 갈등은 임시 봉합됐다.
테헤란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청(AEOI) 청장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이란 테헤란에서 회담한 뒤 제한적 수준의 핵사찰을 시행하기로 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IAEA 조사관은 이란 핵시설 내 감시카메라를 유지·보수하고 저장 매체를 교환할 수 있으며 방법과 시기는 양측이 조율해 정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양측은 “상호 신뢰와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 핵 관련 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발표된 합의문에 따르면 이란 핵시설에서 수집된 영상 자료는 이란 원자력청과 IAEA가 합의한 이란 내 장소에서 보관한다. 이란은 향후 핵 협상에서 진전이 있으면 보관해놓은 영상 자료를 IAEA에 건넨다는 방침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의 테헤란 방문은 보수 성향의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한 뒤 처음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조만간 테헤란을 다시 방문해 이란 정부 고위 관리들과 만나 핵사찰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란은 지난 2월부터 자국 내 핵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을 제한했다. JCPOA 당사국들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그로시 사무총장은 테헤란을 방문해 3개월간 임시로 핵사찰을 유지하는 수준의 합의를 이뤘으나, 이란은 임시 핵사찰 만료 시점인 지난 5월 핵사찰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IAEA는 이란이 핵 감시를 제한한 지난 5월부터 테헤란에서 40㎞ 떨어진 카라즈 원자력청에 있던 감시카메라 4대 중 1대가 파괴되고 나머지는 손상돼 검증 활동에 방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규정한 3.67%를 한참 넘건 고농축 우라늄을 점차 늘려왔다. 60% 농축 우라늄 비축량은 10㎏으로 지난 3개월 새 7.6㎏ 늘어났다. 20% 농축 우라늄 비축량도 84.4㎏으로 같은 기간 21.5㎏ 더 늘어났다.
이번 합의가 이란의 JCPOA 협상 재개로 이어질지도 주목되고 있다. 이란과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 중국이 지난 4월부터 시작한 JCPOA 복원 협상은 지난 6월 이란 대선을 계기로 중단됐다. 대미 강경파인 라이시 정부는 JCPOA 협상을 재개하고 싶어 하지만 미국의 제재가 먼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IAEA “이란 핵 감시 방해받아” vs. 이란 “이게 다 미국 책임”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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