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반격 나선 윤석열 "국정원장이 공작"

장나래 2021. 9. 1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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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제보자-박지원 회동 근거로 맞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2일 서대문구 신촌 UCU 라운지에서 열린 청년 싱크탱크 토크콘서트 \

고발 사주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8월 회동을 근거로 ‘국정원의 정치공작’을 주장하며 반격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12일 서울 서대문구 한 공유오피스에서 청년 토크 콘서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장이라는 직분을 고려할 때 평소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잘 이해가 안 된다”며 “제가 보기에는 좀 정상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작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내가 안 했기 때문이고, 개연성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으로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이득을 보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10일 김웅 의원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보좌관 개인컴퓨터에서 ‘오수’를 검색한 것과 관련해 공수처가 이날 “김오수 검찰총장이 아니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해명한 것을 두고, “마치 제 처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여한 것 같이 발표했다. 기본이 안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정치공작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공동 대응하겠다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윤석열 캠프도 이날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1차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고, 국정원 정치공작 의혹으로 맞불을 놓았다. 캠프 총괄상황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내일 박 원장을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 이번 사건은 박 원장과 그의 ‘정치적 수양딸’인 조씨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유력 야당 주자를 제거하고자 꾸민 정치공작 사건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쪽은 범여권 인사 고발장 발신자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와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손 검사가 이런 걸 했다는 자료라도 있냐. 그걸 내놓고 얘기를 해야 한다”며 의혹 자체를 부인했던 윤 전 총장은 지난 9일 “자기(손 검사)가 누구와 문건을 주고받고 하는 게 있고 움직일 수 있다. 다 검찰총장의 결재를 받고 해야 하나”라며 ‘손준성 독자 행동’ 쪽으로 입장을 틀었다. 이상일 캠프 공보실장도 11일 밤 <한국방송>(KBS) ‘심야토론’에 출연해 “작년 1월 인사에서 윤 전 총장은 전임자인 김유철 검사의 유임을 희망했지만 그 희망을 들어주지 않고 손준성 검사를 (수사정보정책관에) 갖다 앉힌 분이 추미애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 검사는 지난해 8월 직제개편으로 차장급 수사정보정책관이 부장급 담당관으로 강등된 뒤에도 유임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손 검사에 대한 윤 총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말이 나왔던 관계다. 검찰의 한 간부는 <한겨레>에 “지난해 1월 인사 때 수사정책관으로 온 손 검사는 윤 전 총장이 원하던 사람이 아니었던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김웅 의원이 손 검사에게 ‘힘든 자리에서 윤 총장 잘 보좌하라’고 문자까지 보냈다는 걸 보면 윤 총장과 손 검사의 관계를 짐작할 수는 있다. 적어도 손 검사가 윤 총장을 보좌하려고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당시 윤 총장과 대검 부장들은 얘기도 잘 안 했고 손준성 정책관 정도 얘기 나누는 관계였다”며 “현재 검찰에서는 ‘윤 전 총장이 손 검사를 손절(손해 보지 않으려는 관계 정리)하는 거냐’며 충격받은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국민의힘도 박지원 국정원장을 제보의 배후로 지목하며, 반격에 나선 윤석열 캠프에 힘을 실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열어 “두 사람의 관계는 일반적인 지인 관계가 아니라 매우 친밀하고 특수한 관계”라며 조 전 부위원장이 고발 사주 의혹이 보도되기 전 박 원장과 상의했을 개연성을 의심했다. 또 지난달 11일 박 원장과 조 전 부위원장의 서울 시내 호텔 식당 회동에 대해 “누가 합석했는지, 공금을 지출했는지, 사적 비용을 지출했는지 등을 해명하라”고 요구하며 “정치 공작, 선거 공작의 망령을 떠오르게 하는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여당에서는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에 관여했는지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고 나섰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논평에서 “정치검찰의 고발 사주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는 국정원장까지 끌어들여 황당한 물타기까지 시도한다”며 “침묵, 책임 떠넘기기, 물타기는 더 이상 이 사건을 덮을 수 없다. 당당하고 성실하게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장나래 옥기원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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