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색 짙어지는, 임기말 문체부 산하기관들

백승찬 기자 2021. 9. 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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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이어
콘텐츠진흥원장도 행시 출신
“현장성 퇴행” 정책 방향 우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 기관장이 민간인에서 문체부 관료로 교체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의 안정성을 고려한 인사라고 해도, 민간 출신 수장의 현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체부 종무실장이던 조현래씨는 지난 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1992년 제36회 행정고시 출신의 문화 관료다. 지난달 내정설이 돌았을 때 문체부는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부인했으나, 결국 그대로 임명됐다. 전임자는 문화기획자 탁현민·가수 윤도현·방송인 김제동씨 등이 소속돼있던 다음기획 대표 출신 김영준씨였다. 김영준씨는 2017년 12월 콘진원장에 임명된 뒤 3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임했다. 지난 4월 콘진원 직원들의 위법·부당사항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나자 김씨는 사의를 표명했고, 문체부는 후임을 물색했다.

제34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문체부 저작권정책관, 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장 등을 역임한 문영호씨는 지난달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에 임명됐다. 전임 김도일씨는 극단 신명 대표 출신의 민간인이었다. 지난해 3월 임명된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역시 문체부 대변인, 해외문화홍보원장 등을 역임한 고위 관료였다. 전임 원장은 산업연구원에서 30여년 근무한 최봉현씨였다.

이 같은 흐름은 문재인 정부 문체부 장관의 변화상과도 맞물린다. 초대는 시인으로 유명한 도종환 장관이었고, 후임은 문체부 차관을 역임한 고위 관료 출신의 박양우 장관이었다. 지난 2월엔 정치인이자 ‘문화예술계 바깥 인사’로 분류되는 황희 장관이 취임했다. 정권 초기만 해도 문체부 고위 공무원들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으로 ‘재취업’을 염두에 두기 어려웠으나, 박양우씨가 2019년 4월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염신규 문화정책연구소 소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잠시 주춤했지만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문화정책의 주도권은 관료 조직에 있었다”며 “특히 권력을 이양하는 시점에 안정감 있는 관료 출신 수장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염 소장은 “문화정책을 관료 중심에서 현장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이 같은 방향은 옳지 않다”며 “문화의 공공성을 간과한 채 정량적으로만 기관을 평가하는 잣대를 바꿔 민간 출신 수장이 문화예술계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문체부 산하기관이 관료들의 회전문 인사로 채워지면 혁신적이기보다는 관료주의적·안전주의적인 정책에 초점이 맞춰지기 쉽다”며 “민간에게 개방됐던 영역을 퇴직 공무원이 채우는 것은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배운 교훈을 잊은 퇴행적 인사”라고 말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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