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주류 시장의 '주류'로 등극
[경향신문]
작년 수입액, 전년보다 27% 증가
하루 평균 약 20만병씩 수입된 셈
최근 5년 새 매년 두 자릿수 성장
취하기보다 즐기는 음주 확산 한몫
추석선물세트 매출도 ‘굴비’ 제쳐
롯데마트선 작년보다 210% 늘어
와인이 계절을 타지 않는 ‘철 없는’ 상품이 됐다.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혼술(혼자 마시는 술)로 취하기보다는 즐기는 음주문화가 주류로 떠오르면서 와인이 일상 속 ‘스테디셀러 주류’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12일 관세청이 발표한 지난해 주류 수입액에 따르면 와인 수입액은 전년 대비 27.3% 늘어난 3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와인병(750㎖) 기준으로 계산하면 1년간 약 7300만병, 하루에 약 20만병씩 수입한 셈이다. 반면 맥주 수입액(2억2700만달러)은 19.2% 줄어 수입 주류 ‘1위’ 자리를 와인에 내줬다.
와인의 인기는 추석 선물세트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6일까지 팔린 와인 선물세트가 전년 동기보다 51.5% 늘어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굴비(9.7%), 축산(6.6%), 청과(4.7%) 등 명절 대표 상품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와인 매출 비중이 전 세트 매출의 11.3%에 달해 처음으로 굴비(6.2%)를 넘어섰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등 프리미엄 와인 상품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마트에선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기간(7월29일~8월31일)에 전년보다 와인 선물세트 매출이 210.6% 늘면서 선물세트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롯데마트는 와인 인기에 힘입어 오는 12월 잠실점에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메가 와인 전문숍’을 연다.
주요 편의점에선 와인 매출이 이미 지난달에 지난해 매출을 넘어섰다. 8월26일 기준 편의점 GS25의 와인 매출은 지난해 연간 매출보다 4.7% 많았다. CU는 16%, 세븐일레븐은 35%, 이마트24는 11%를 초과했다. 편의점은 와인 큐레이팅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2030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유흥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주류업계에선 와인 사업을 키우고 있다. 업계 1·2위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상반기 와인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78%, 54% 늘었다.
하이트진로는 추석에 다양한 테마의 선물세트 30종을 내놓는 등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와인 직영숍을 확대하며 와인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는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으로 와인 값이 안정화되고, 편의점을 통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와인이 대중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취하려고 먹는 독주보다 음식과 궁합을 맞춰 즐기는 술 문화가 확산된 것도 한 요인이다. 와인 구매 경험이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와인 열풍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와인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을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상품이 될 수 있어 와인을 잘 아는 주류 바이어 모시기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가운데 와인만 최근 5년 새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바뀐 음주문화로 와인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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