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물 건너'..대청호 수몰민, 험난한 성묫길

조진영 2021. 9. 1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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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주] [앵커]

댐 건설로 고향을 떠난 수몰민들은 명절마다 성묘를 위해 배를 타야 합니다.

물을 건너고 산을 넘는 고단한 성묫길을 조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성묘객들이 예초기와 갈퀴를 하나둘 배에 싣습니다.

일손이 부족할까 코로나19 백신까지 맞고 형제와 조카들이 모였습니다.

조상의 산소가 있는 곳은 대청호 한가운데.

40여 년 전, 댐 건설로 마을 전체가 수몰되면서 배가 있어야만 갈 수 있는 오지가 됐습니다.

[정진백/대전시 도안동 : "대청댐 수몰 지역에 저의 그 선대조 할아버지 5대조, 4대조, 3대조 산소가 여기 계세요."]

뱃길로 10여 분을 달려 다시 찾은 고향 마을.

숲길을 헤치고 들어가니 잡풀이 우거진 곳에 산소가 있습니다.

조상의 묘 앞에 정성껏 준비한 술과 떡을 올려 절하고, 자주 찾아 돌보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은 벌초로 대신합니다.

하지만 수몰을 겪지 않은 후손들이 이 고생을 언제까지 떠안아줄까 걱정이 앞섭니다.

[정삼영/대전시 탑립동 : "우리도 언제까지 할지는 몰라요, 나이가 있기 때문에. 그런데 후손들이 젊은 사람이 했으면 좋겠는데 그때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대청댐 건설로 마을이 물에 잠긴 지 40여 년.

행정선을 이용해 물을 건너고 산까지 넘어야 하는 성묫길이지만, 수몰민들은 올해도 조상의 묘를 찾아 실향의 그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진영입니다.

촬영기자:박준규

조진영 기자 (123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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