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 되려면요 [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

이시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장 입력 2021. 9. 1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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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흔히 인생의 3분의 1은 잠을 잔다고 하지만, 실상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2017년 한국갤럽에서 국내 성인 1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2021년 필립스에서 국내 성인 999명을 포함해 세계 1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수면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은 평균 6.8시간 정도를 잔다고 한다.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잠을 적게 자는 편이다. 수면 만족도는 세계인의 55%가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한국인은 41%로 낮은 편이었다.

불면증은 가장 흔한 수면장애인데, 잠을 잘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임상에서는 수면시간이 6.5시간 미만이거나, 잠이 드는 데 30분 이상이 걸리거나, 중간에 잠을 깬 시간이 30분 이상인 상황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면 불면증으로 진단하곤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9년 불면증 환자는 약 63만5000명으로, 2015년에 비해 1.24배 증가했다.

불면증은 잠이 조금 부족한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를 방치하면 불안증 발생 가능성이 두 배, 우울증은 네 배 이상 높아진다. 비만, 제2형 당뇨,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 질환과 암 발병 확률이 높아지는 등 심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잠을 잘 자기만 해도 이러한 질환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면역기능이 향상되고, 일상생활의 활력이 높아지며, 기억력이 증진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잠은 보약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잠이 진정 보약이 되려면 내 몸에 맞는 수면 습관과 환경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잠자는 방은 빛을 막아야 하는데, 디지털 기기의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잠에 적합한 온도는 20도 안팎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체감온도가 더욱 중요하므로 추위를 많이 타는 한증(寒證)인 사람들은 좀 더 온도를 높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습도는 50% 내외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기상과 취침 시간이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내 몸의 생체시계 특성, 즉 아침형 또는 저녁형을 고려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수면과 관련한 내 몸의 특성은 병·의원 및 한의원, 한방병원 등 의료기관의 수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최선이지만, 경험을 통해 스스로 알 수도 있다.

일례로 추위를 많이 타고, 찬물 마시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 한증일 확률이 높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럽고 주간의 일상생활에 편안함을 느낀다면 아침형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 대전대한방병원, 서울대병원, 순천향대병원이 참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사업에서 한국인 수면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착용형 장치를 이용해 일반인의 수면 습관 등 일상생활 데이터를 확보하고,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내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 혈액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유전체 데이터를 얻는 일이 포함된다. 해당 사업에서 건립될 수면실증센터에서는 이런 데이터를 활용한 수면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면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이면서 더 건강한 삶을 위한 ‘수면 보약’을 원하는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이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이시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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