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수장 알자와히리 새 영상 '건재 과시'..탈레반, 대통령궁에 탈레반기 게양 '승리 자축'

박용하·윤기은 기자 2021. 9. 1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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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9·11테러 20주년인 11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미국 대사관 건물 벽에 그려져 있는 탈레반 깃발 문양. 카불 | AP연합뉴스

9·11테러의 주범이었던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가 테러 20주기를 맞은 11일(현지시간) 수장인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새 영상을 공개했다. 그간 제기됐던 알자와히리의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고 조직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도 이날 대통령궁에 탈레반기를 게양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미국의 20년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은 여전히 건재하며,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이후 세력을 확장하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테러감시단체 ‘SITE 인텔리전스 그룹’은 알카에다가 ‘사합미디어’를 통해 알자와히리의 새 영상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알자와히리는 오사마 빈라덴이 미국에 의해 살해된 뒤 2011년 알카에다의 새 수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간 건강이상설은 물론 사망설까지 제기됐다.

알자와히리는 흰옷에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영상에 등장해 “미국이 20년 만의 전쟁 끝에 패배해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최신 무기로 무장한 적을 소진시키는 데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현재 단계는 경제·군사적 고갈에 따른 신음으로 적을 지치게 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상대로 지구전을 펼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 동영상은 60분 분량으로 지난해 체결된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들 사이의 평화 협정을 두고 긴 시간을 할애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 영상만으로 그의 생존이 완전히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영상에는 구체적인 촬영 날짜가 보이지 않았으며, 미국의 아프간 철수나 시리아 북부 테러 공격 등은 올해 초에도 알 수 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에 SITE 측은 알자와히리가 올해 1월 이후 시점에 사망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알자와히리의 등장으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테러단체들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카에다 연계 단체들은 9·11 20주기를 전후해 활발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SITE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9·11이 알카에다를 살아있게 한 인공호흡기가 됐다”고 조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카에다의 하위조직으로 시작된 이슬람국가(IS)도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탈레반도 이날 수도 카불의 아프간 대통령궁에 탈레반 깃발을 내걸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기는 흰색 바탕에 이슬람교의 신앙 고백 구절인 ‘샤하다’가 검은색으로 새겨진 모양이다.

탈레반 정부는 깃발 게양에 대해 “새 정부의 공식 출범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언론들은 이날이 9·11 테러 20주년인 날이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20년 싸움에서 승리한 것을 자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탈레반은 이날 카불대학교에서 ‘여성 행진’ 행사를 열고 서방 국가들을 겨냥한 선전전을 펼치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행사장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가린 여성들이 모여 탈레반을 지지한다며 거리로 나섰다.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카불을 점령한 이후 아프간 관공서 곳곳에는 아프간 국기가 내려가고 탈레반기가 게양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미 직원 전원이 철수한 카불 미국 대사관의 담장에 탈레반 문장과 샤하다 대형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용하·윤기은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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