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행복빨래방' 가보니..'공공 빨래방' 돌리니 행복이 뽀송뽀송
[경향신문]
민관 세탁설비·운영비 분담
2개월간 이불 1300여채 세탁
어르신 24명 하루 4교대 근무
“힘든 빨래 해주니 너무 좋아”
도, 18개 시·군으로 확대 추진
“깨끗하게 세탁된 이불을 받아들고 기뻐할 이웃을 생각하니 절로 힘이 납니다.”
지난 8일 오후 강원 정선군 정선읍 녹도길의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는 ‘희망드림 행복빨래방’ 사업장. 작업실과 휴게·사무실, 창고 등을 갖춘 148.5㎡ 규모의 이 사업장 안에선 각각 3대씩의 세탁기와 건조기가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건조기에서 꺼낸 이불을 작업대 위에 놓고 정리하고 있던 할머니 3명은 “뽀송뽀송하게 잘 마른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7월2일부터 시작한 ‘희망드림 행복빨래방’ 사업은 농촌의 고령자와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형 이불을 수거해 무료로 세탁한 뒤 배달해 주는 맞춤형 복지 서비스다. 빨랫감을 수거·배달하면서 취약계층에게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꼼꼼히 살펴 생필품 구매를 대행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희망드림 행복빨래방’ 운영팀장인 박종웅씨(60)는 “지난 2개월여간 취약계층 241가구의 이불 1300여채를 무료로 세탁해 줬다”며 “몸이 불편해 두꺼운 이불을 세탁할 엄두도 못 내던 어르신들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은 후 너무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어 “낡은 이불을 사용하던 장애인 가정 등의 경우 후원자와 연결해 새 이불로 교체해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강원도와 정선군은 지역의 민간·공공 기업과 협업해 찾아가는 생활복지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속 가능한 노인들의 일자리를 함께 창출하기 위해 이 같은 ‘공공 이불빨래방 사업’을 시작했다.
강원랜드 희망재단이 사업장과 세탁설비 설치는 물론 배달·수거차량 등을 지원해 주고, 정부와 자치단체가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희망드림 행복빨래방’ 사업 수행기관인 정선시니어클럽 최상덕 관장(49)은 “60~70대 어르신 24명이 4교대로 하루 5시간씩(월 60시간) 희망드림 행복빨래방에서 근무하며 1인당 매달 71만2800원을 받고 있다”며 “이웃을 돕는 좋은 일을 하며 생활비도 벌 수 있어 어르신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민관이 힘을 모아 추진한 빨래방 사업을 통해 무료 이불 빨래와 생필품 구매대행은 물론 노인 일자리 창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이번 사업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도는 이 같은 공공 이불빨래방 사업이 행정안전부의 ‘2021 지방자치단체 협업 특별교부세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특별교부세 3억원을 지원받게 되자 사업 대상지를 당초 6개 시·군에서 12개 시·군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추진을 희망하는 시·군에서 빨래방 설치 공간을 확보하고 5000만원을 부담하면 특별교부세 5000만원과 공기업 등에서 부담하는 2억원가량의 시설비(세탁기·건조기, 배달차량 구입 등)를 지원받게 된다.
백창석 강원도 일자리국장은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취약계층에게 생활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인 만큼 2022년까지 도내 18개 시·군으로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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