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놓아 외쳤던 '통일의 문' 포기하지 않고 열테니 편히 쉬소서"
가신 지 겨우 일주일이 지났지만 벌써 그립습니다 . 야성 강창덕 선생님.
당신께서는 분단과 독재로 어두웠던 우리 현대사를 묵묵히 비추는 들별 ( 野星 ) 이셨습니다 . 당 신께서는 1944 년 여름 친구들과 더불어 만주독립군의 활동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첫 투옥이 되신 이래 1974 년 세칭 ‘ 인혁당 재건위 ’ 사건에 연루될 때까지 7번의 투옥과 13 여년의 수감생활을 하셧습니다 .
아무리 타고 난 신체가 건강하고 정신이 올곧아도 보통 사람이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 하지만 지난 6일 95살 의 나이로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께서는 늘 청년이셨습니다 . 그랬습니다 . 당신은 영원한 청년이셨습니다 .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젊은 시절 품었던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사셨기 때문입니다 . 늘 청년처럼 불꽃 같은 삶을 사셨기 때문입니다 .
당신의 이상은 민중이 주인되는 민주세상과 남북이 하나되는 자주적 평화통일세상이었습니다 . 이를 위해 당신은 일곱 번의 투옥을 당하셨고 늘 삶은 곤궁하셨습니다 . 곤궁한 삶의 가운데서도 항상 웃음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
당신은 후배들과 막걸리 한잔 나누기를 즐기셨습니다 . 지역 민주화운동의 대원로였지만 어떤 자리에 있건 어떤 운동을 하건 가리지 않고 수십년 어린 후배들을 동지라고 따뜻하게 불러주셨습니다 . 막걸리잔 몇 순배가 돌아가면 노래가락을 흥얼거리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저 역시 2000년 전후 사회운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습니다. 2003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창립을 하며 저는 상근자로 선생님을 고문으로 모셨습니다. 2008년 팔순 생신잔치를 챙기면서 가족처럼 가까워졌고 2011년엔 44살 늦깍이 결혼 때 주례도 해주셨습니다
당신의 운동적 삶은 다른 운동가의 삶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 젊은 시절 일찍이 정당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1956 년 진보당 대통령 후보 조봉암 경산군 선거사무장으로 당시 전국에서 제일 높은 70% 이상의 득표율을 이끌어내었고 1960 년에는 사회대중당 후보로 경산군에 제 5 대 민의원 후보로 직접 출마도 했습니다 . 1991 년에는 평민당 ( 김대중 총재 ) 과 신민주연합당 ( 준 ) 이 통합하여 출범한 신민주연합당(신민당) 전당대회의 임시의장을 맡기도 하였고 이후 민주당 계열의 정당에서 정당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였습니다 . 정당에 몸을 담으면서도 이상을 이야기하셨고 본질적 문제 제기를 하면서도 현실정치의 역할을 인정하셨습니다 .
몇 년 전 당신과 함께 ‘ 들별 강창덕 통일학교 ’ 를 구상하고 논의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 당신의 꿈은 통일된 조국에서 하루라도 살아보는 것이었습니다 . 혹,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후배들을 길러내기 위해 작은 통일학교라도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
2007 년 당신과 함께 개성을 방문하였습니다 . 남북이 함께 작은 통일을 만들어가던 개성공단을 둘러보며 당신은 무척 감격해하셨습니다 . 개성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음식점 봉동관에서 열린 환영오찬 자리에서 ‘ 통일을 위하여 ’ 라며 목청껏 건배사를 외쳤습니다 .
당신이 그토록 목청껏 외쳤던 통일의 문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 불의에는 추상 같고 역사 앞에서는 당당했지만 사람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웠던 당신의 삶을 따르고자 하는 후배들이 있습니다 .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살았던 당신의 모습을 닮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이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 변화를 중히 여겨셨던 당신의 지혜를 배우고자 하는 운동가들이 있습니다 .
당신께서 이루고자 했던 민중이 주인되는 민주주의 세상 , 남북이 하나되는 평화통일의 세상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 이제 어두운 길 밝히며 분단과 독재의 현대사를 헤치고 나가셨던 고단한 삶 내려놓고 편히 쉬십시오 .
김두현/대구 수성구의회 의원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 이재명 ‘5연승’ 했지만 합산 51.41%…‘불안한 과반’
- 대선주자 인간적 매력 보여준다더니 ‘사생활’ 캐물은 국민의힘 ‘라방’
- ‘제보자’ 조성은 “이번주 검찰에, 손준성이 검사라는 사실 밝히겠다”
- 쥐 나오는 집, 볕 들지 않는 방에서 건강 챙기기란?
- ‘급하강 체벌 기동’에 구토·기절…공군 학생조종사, 가혹행위 폭로
- 재소환된 홍준표 ‘돼지흥분제’…젠더 이슈에 웃지 못하는 ‘무야홍’
- 시대의 명대사로 남은 “아프냐, 나도 아프다”
- 9·11 테러 20주년, 추모식 대신 복싱 경기 해설 나선 트럼프
- 13일부터 추석 특별방역…“수도권→비수도권 감염 확산될라 긴장”
- ‘좋은 일자리’ 최소 연봉 “3천만~4천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