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갯바위 휴식제
[경향신문]
‘강태공’으로 불리는 낚시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미 900만명을 넘어 2024년에는 100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는 게 정부 전망이다. 여가시간 증가와 팍팍한 일상 탈출의 욕구, 비교적 쉽고 자유롭게 즐기는 레저활동, 관련 방송·유튜브 활성화 등이 증가 이유로 꼽힌다. 비대면이 강조되는 코로나19 영향도 크다.
낚시도 시대 흐름에 따라 형식과 내용이 많이 바뀌고 있다. 중국 주나라 당시 한없이 때를 노리며 세월을 낚던 ‘기다림의 강태공’이 아니다. 자동 챔질, 스마트폰과 연동시킨 입질 감지장치 등의 기술 개발에 드론낚시까지 나왔다. 강태공이 놀라 자빠질 만하다. 또 바다낚시가 주목받으며 민물낚시의 아성을 넘을 태세다. 바다낚시 중에서도 갯바위낚시에 관심이 높아진다. 상대적으로 사고 위험성이 높지만 부서지는 파도를 즐길 수 있고, 고급·대형 어종이 많아서다. 문제는 비양심적 낚시꾼들이 몰리면서 나타나는 갖가지 부작용이다. 환경오염 물질인 납으로 만든 봉돌 등 낚시 관련 쓰레기가 쌓여간다. 아예 갯바위를 깨거나 뚫어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갯바위 일대가 심각한 오염과 훼손으로 몸살을 앓는 까닭이다.
결국 올 것이 왔다. 국립공원공단은 갯바위 보전을 위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거문도(서도)에 ‘갯바위 생태휴식제’를 시범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낚시인의 출입을 통제해 오염·훼손을 막은 뒤 복원·정화활동으로 갯바위를 치료, 생태·경관을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1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10월13일부터 1년간 출입이 통제된다. 무단 출입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립공원공단은 “조사 결과 생태휴식제를 해야 할 만큼 갯바위의 오염·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낚시는 개인적 취미활동이지만 낚시인구의 증가와 무분별한 낚시 행태는 해양생태계 오염, 어업자원 감소, 어업인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른 많은 나라들처럼 낚시 면허제·이용권제도 등의 도입 요구가 제기되는데도 낚시인들의 반발로 유야무야돼왔다. 하지만 갯바위 휴식제에서 보듯 이젠 생태계 보전에 대한 낚시인들의 인식 제고와 실천이 요구된다. 이들 제도의 도입 없이 낚시의 즐거움, 짜릿한 손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더욱 그렇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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