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유족, 3000억원대 비상장주식으로 상속세 낸다.. 제2의 다스 되나

정석우 기자 2021. 9.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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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린 '다스 주식'처럼 될 수도

태광실업 창업주인 고(故) 박연차 회장의 유족들이 6000억원대 상속세 가운데 절반가량을 태광실업 비상장 주식으로 납부하기로 했다. 비상장 주식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 주식과 달리 시장 매각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어떻게 현금화할지 주목된다. 정부가 태광실업 비상장주식 매각에 실패할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이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 주식처럼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태광실업 창업주인 고(故) 박연차 회장/조선일보DB

12일 국세청에 따르면, 부산지방국세청은 지난달 말 고 박 회장의 장남인 박주환 태광실업 회장 등 유족들의 상속세 물납을 승인했다. 고인의 태광실업 지분 55.39% 가운데 15.1%는 아내 신정화씨가 상속받았고, 나머지는 박주환 회장과 딸 박선영 태광실업 고문, 박주영 정산애강 대표, 박소현 태광파워홀딩스 전무가 각각 10.07~10.08%씩 받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현금 등 금융자산만으로 상속세를 내기 어려울 때 물납이 허용된다. 박 회장 유족들은 현금으로 3000억원가량을 마련해 상속세를 내고, 나머지를 비상장 주식으로 내기로 한 것이다.

유족들이 물납으로 내는 태광실업 비상장 주식 지분은 15~16%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받은 지분 가운데 30%가량을 내는 셈이다. 유족들이 상속받은 태광실업 지분 55.39%의 가치를 약 1조원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지분 1%당 약 190억원꼴이다. 이는 태광실업이 지난 2019년 기업공개(IPO)를 검토할 때 평가 금액(지분 1%당 500억원)보다 낮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비상장 주식 가치 평가는 법과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방식대로 진행했으며, 수개월간의 현장 조사를 거쳐 적법하게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물납으로 받는 태광실업 주식이 제2의 다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캠코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캠코는 물납받은 다스 비상장 주식(지분율 19.91%)을 2011년 1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42차례에 걸쳐 공매(公賣‧정부 기관 차원의 매각)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정부 관계자는 “경영권이 없는 비상장 주식은 현금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주주가 되사가는 것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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