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신청하세요" 이 문자에 감쪽같이 낚였다

장형태 기자 2021. 9.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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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영끌 빚투족 노린 스팸 전화·문자 급증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투잡을 하는 직장인 김모(33)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OO은행 특별지원 승인 안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귀하는 정책자금 대출 긴급지원 대상입니다. 현재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재안내드립니다’라는 내용이다. 메시지만 보면 발신자는 KB국민은행⋅하나은행⋅IBK기업은행 같은 시중은행부터 NH캐피탈 같은 금융기관까지 다양하다. 김씨는 “1년 무이자라고 하길래 몇 번 전화를 걸어봤더니 모두 이들 금융기관을 사칭한 스팸이었다”며 “대출 안내가 구체적인 데다 ‘본사 직원’이라며 명함도 카카오톡으로 보내줘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고 말했다.

최근 재난지원금 신청과 관련하여 스팸문자가 개인들에게 무분별하게 뿌려지는 가운데 특히 자영업자와 빚투족을 노린 스팸 전화,문자에 주의를 요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러스트=박상훈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울리는 스팸 전화와 문자가 최근 급증했다. 한눈에 스팸임을 알 수 있는 불법 도박 관련은 줄고, 유명 금융기관을 사칭한 대출 권유와 주식 투자 권유 스팸이 크게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주식·가상 화폐 투자 바람 속에 각종 대출을 활용한 ‘빚투’가 증가하고 있는 세태를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재난지원금 신청하세요’라는 감쪽같은 제목으로 소비자를 낚는 사례도 늘고 있다. KT 계열 스팸 차단 앱 ‘후후’에 따르면 올 2분기 스팸 신고 건수는 692만건으로 작년 2분기보다 24% 늘었다. 특히 신고된 스팸 중 대출 권유 관련은 작년 2분기 114만건에서 올 2분기 225만건이 돼 거의 배로 뛰었다.

◇트렌드 반영해 정교해진 스팸 전화·문자

불법 대출 권유는 신뢰감을 주기 위해 대개 은행 콜센터를 사칭한다. 그러곤 대부 업체 이용을 권유하거나 대출 신청비 같은 명목으로 입금을 유도하는 식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피해 지원을 위한 정부 대출’이라는 미끼를 내건 대출 사기 광고 문자와 전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생계가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을 노리고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상세히 적어놓고 상담 전화를 걸게 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스팸 업자들은 상담 중 카카오톡으로 명함을 보낸 뒤 신청서 작성용이라며 앱 설치를 유도한다. 전문가들은 “앱에 개인 정보와 계좌 정보를 입력하면 대포폰과 대포통장 개설에 이용되거나 악성코드에 감염돼 스팸 문자 발신용 숙주 휴대폰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대출상담사는 개인 휴대폰 번호로 대출 권유를 하지 않으며 상담 때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이 어려운 중·저신용자가 스팸에 걸려들 위험이 크다”며 “금리 상승으로 타격을 입은 ‘영끌 빚투족’이 늘면서 ‘대환 대출’을 미끼로 내건 대출 스팸도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주식과 가상 화폐 투자 관련 스팸 전화도 극성이다. 직장인 장예현(29)씨는 요즘 매일 걸려오는 주식 투자 권유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070도 아닌 010 번호로 걸려와서 안 받을 수도 없다”고 했다. 몇 달 전 온라인 주식 정보 사이트에서 ‘전문가 무료 상담’ 신청을 해준다기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긴 게 화근이었다.

◇내 번호 어떻게 새어나가나

전문가들은 “장씨의 경우처럼 무료 상담 신청이나 경품 응모를 위해 동의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샌다”고 말한다. 사이트에 이름·휴대전화 번호 등을 입력하거나 광고 수신 동의 항목에 체크하면 이들 사이트와 계약을 맺은 업체들에 정보가 넘어간다는 것이다. 불법 업체들은 이렇게 확보한 전화번호부로 콜센터를 차려 영업을 한다. 최근에는 ‘일당 5000원을 주겠다’며 휴대폰을 가진 청소년을 상대로 불법 스팸 문자 전송 알바를 구하는 경우까지 있다. 나민기 한국인터넷진흥원 스팸정책팀장은 “경품 응모나 이벤트 페이지 가입 때 가급적 ‘제3자 정보 제공 동의’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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