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세론 굳혔다.."본선 이길 후보" 통했나

이희조 기자 2021. 9.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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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슈퍼위크 51.09%로 '과반', TK·강원서도 압승
이낙연 의원직 사퇴 후 반격도 거세..호남 경선 변수
추미애 TK 이어 슈퍼위크서 丁총리 넘어 3위 굳히기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과반 득표로 1위를 차지한 이재명 후보가 차량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의 초반 분수령인 ‘1차 슈퍼위크’에서 과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첫 경선지인 충청권과 고향인 대구·경북, 강원 지역에서 ‘과반 4연승’했고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승기를 잡으며 파죽지세다. 경선 초기부터 거론돼온 ‘이재명 대세론’이 사실상 굳어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지사는 12일 강원 원주 오크밸리리조트에서 발표된 국민·일반당원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득표율 51.09%로 1위에 올랐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31.45%로 2위를 차지했다. 이 지사 득표율과의 격차는 20%포인트 정도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11.67%), 정세균 전 국무총리(4.03%), 박용진 의원(1.16%), 김두관 의원(0.60%)이 뒤를 이었다. 1차 선거인단은 약 64만 명으로 전체 선거인단 200만여 명의 3분의 1 규모다. 이날 최종 투표율은 77.37%였으며 투표에는 49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 지사는 함께 발표된 강원 지역 경선에서도 득표율 55.36%를 기록했다. 27%를 획득하는 데 그친 이 전 대표를 두 배 차이로 압도했다. 추 전 장관은 8.61%를 얻어 전날 대구·경북 지역 경선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정 전 총리(6.39%), 박 의원(1.90%), 김 의원(0.74%) 순이었다. 이 지사는 대전·충남(54.81%) 및 세종·충북(54.54%), 대구·경북(51.12%) 지역 경선에서도 연달아 과반을 득표했다.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후보가 눈을 감은 채 결과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12일 강원 지역 순회 경선에서 “불안한 후보가 아니라 안전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이미 역부족이었다. “본선에서 이기지 못하는 경선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는 이 지사의 ‘승자론’이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이 지사는 이날 강원 지역 경선과 함께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과반 지지율을 획득하며 대세론에 더욱 힘을 실었다. 앞서 그는 1~3차 지역 경선에서 과반 압승한 데 이어 이날 강원에서도 ‘과반 4연승’을 거두며 본선 경쟁력을 내세웠다. 이에 경선 초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1위 자리를 지키며 대세론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유일한 필승 카드인 이재명은 네거티브 없는 정책 선거로 ‘원팀 정신’을 지켜내겠다”면서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로 뭉쳐 4기 민주정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30%대를 획득해 소폭 격차를 줄이면서 반격의 카드를 마련했다고 본 이 전 대표는 본인의 안정성은 물론 상대방의 도덕적 흠결 가능성을 파고들고 있다. 대세론은 최대한 저지해 호남 지역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 깔렸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지역 순회 경선에서 줄곧 20%대 득표율을 기록해왔지만 첫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31.45%를 획득했다.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이재명 후보가 결과 발표를 들은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불꽃 튀기는 지략 대결에도 당원들의 마음과 국민의 표심은 점점 이 지사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지역 순회 경선과 1차 슈퍼위크에서 과반 승리했고 이후 순회 경선에서의 승리 가능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대전·충남 지역 경선에서 1만 4,012표(54.81%), 세종·충북에서는 7,035표(54.54%), 대구·경북에서는 5,999표(51.12%), 강원에서는 5,048표(55.36%)를 얻어 네 차례 모두 과반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경선 초반 내내 27~29%대로 득표한 이 전 대표와 더블스코어에 가깝게 격차를 벌렸다. 1차 슈퍼위크의 승리를 발판으로 2·3차 슈퍼위크에서도 확실한 승기를 예상할 정도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슈퍼위크의 승리로 이재명 대세론이 더 확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특히 연고가 없는 강원 지역에서도 권리당원 표를 4,842표 얻으며 대세론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물론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이 전 대표의 반격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 전 대표는 이날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희망을 얻게 됐다. 민심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더욱더 세심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 경선에서의 역전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날 대구·경북 경선 결과 발표 직후에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조금 나았던 것 같다”면서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한 바 있다.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선거 결과 발표를 들은 뒤 손뼉 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순으로 이재명, 김두관,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연합뉴스

무엇보다도 추석 연휴 뒤인 호남 지역 경선이 변수다. 호남 지역 경선은 추석 연휴 이후인 오는 25~26일로 예정돼 있다. 다만 통상 호남 표심은 ‘전략적 선택’을 한다. 이길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방향으로 투표한다는 의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추석 민심이 중요하다. 추석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1차 슈퍼위크”라며 “호남 표심은 될 사람을 밀어준다. 이 지사 득표율이 압도적이라면 호남은 그 결과를 보고 가겠지만 이 전 대표가 쫓아간다면 호남이 밀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선이 진행될수록 일부 후보가 중도 사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금까지는 6명의 후보 전부가 경선 완주 의지를 밝혔지만 초반 양상에 따라 상황은 변동 가능하다. 사퇴하는 후보가 생길 경우 후보 간 합종연횡도 이뤄질 수 있다.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추미애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추 전 장관은 3위를 굳혔다. 지난 11일 대구·경북 경선에 이어 12일 민주당 1차 슈퍼위크 개표에서도 두 자릿수 득표율을 확보하면서다. 4~5일 진행된 충청권 경선에서 누적 투표율 7.05%로 3위를 유지하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추 전 장관에게 밀려 4위가 됐다.

추 전 장관은 이날 민주당 1차 슈퍼위크 개표 결과 5만 7,977표(11.67%)를 확보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뒤를 이었다. 정 전 총리는 2만 14표(4.03%)로 4위였다. 같은 날 공개된 강원 지역 경선에서도 추 전 장관은 785표(8.61%)로 3위, 정 전 총리는 583표(6.39%)로 4위였다. 이로써 추 전 장관(누적 6만 3,122표, 11.35%)은 정 전 총리(누적 2만 3,731표, 4.27%)를 3만 9,391표(7.08%포인트) 차이로 앞서게 됐다. 11일 대구·경북 지역 순회 경선에서 14.84% 득표율로 처음 3위에 오른 후 이틀 연속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결과다.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외에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추 전 장관뿐이다.

추 전 장관이 대구·경북 경선에 이어 1차 슈퍼위크에서도 선전한 데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의 ‘고발장 사주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하는 등 논란이 고조되면서 윤 후보와 대립했던 추 전 장관의 ‘검찰 개혁 기수’ 이미지가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추 전 장관은 이날 정견 발표의 절반 이상을 윤 후보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윤 후보 일당은 자신들이 정권을 무너뜨릴 수도 있고 정권을 세울 수도 있다는 오만한 착각에 빠져 있다”며 “저에게 힘을 모아주시면 검찰 쿠데타를 제압하고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를 겨냥해 “떳떳하다면 먼저 핸드폰부터 공개하고 의혹을 낱낱이 밝히라”며 “잘못이 드러난다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후보직 사퇴는 물론 정계에서 은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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