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픈액세스, 인류 과학기술 진보 이끈다

2021. 9. 1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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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남 KISTI 국가과학기술본부장
최광남 KISTI 국가과학기술본부장

2022년 세계 대학 순위 상위에 랭크된 MIT, 옥스퍼드, 스탠포드, 캠브리지, 하버드 대학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오픈액세스를 대학정책으로 채택하고 연구성과물을 공개한다는 점이다. 이들 대학은 자신들의 연구성과물을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사회와 학문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오픈액세스를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오픈액세스는 학술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하도록 재정·법률·기술적 장벽을 허무는 운동을 말한다. 2000년대 초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출발한 오픈액세스는 2015년 OECD 세계과학기술장관회의의 대전선언문을 계기로 오픈사이언스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또한, 호라이즌2020, OA2020 등 주요 연구기금과 대형출판사를 대상으로 한 오픈액세스 프로젝트는 세계 곳곳으로 오픈액세스가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특히 오픈액세스는 인류가 발 빠르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힌다. 지난해 3월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영국 등 12개국 과학기술정책 리더들은 코로나19 관련 논문과 데이터의 무료 공개를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학술출판 단체들에게 보냈고, 그 결과 엘스비어, 스프링거 등 세계적 대형 출판사의 코로나 관련 논문들이 무료로 공개되었다. 국내 연구자들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운영 중인 국가오픈액세스플랫폼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논문 등 3000만 편 이상의 전 세계 오픈액세스 논문을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2021.9.2. 기준).

우리나라도 올해 6월 개최된 국가 오픈액세스 정책포럼을 계기로 오픈액세스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KISTI,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 6개 국내 주요 연구지원 및 공공학술정보서비스 기관이 '오픈액세스 공동선언'에 서명해 관련 기관들의 오픈액세스 상호협력을 다짐했다. 다만, 선언문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후속 노력과 실행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 시대에 부합하는 정부 차원의 오픈액세스 정책 개발과 국가 차원의 로드맵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공공기금으로 생산된 학술논문의 의무공개가 제도화 될 경우, 우리나라 연구자가 출판한 SCIE 전체 논문 약 60%를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오픈액세스 선진국인 미국은 과학기술정책국(OSTP)의 정책에 의거 2015년부터 에너지부(DOE), 국립과학재단(NSF) 등 주요 연방정부기관의 오픈액세스, 오픈데이터를 포함한 오픈사이언스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둘째, 디지털 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국내 학술단체 지원전략 마련이다. 국내 학술지는 주로 재정상태가 취약한 학회 등에서 발행되고 있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오픈액세스 학술지를 지속적으로 출판하기 위해서는 정부 또는 학술정보 관련 공공기관의 제도·재정·시스템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전략은 단순한 비용지원을 넘어서 디지털 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발전적인 전략이 돼야 할 것이다. 학술논문 작성단계부터 디지털화하고, 기계학습이 가능한 데이터 생산을 지원하는 것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셋째, '오픈액세스 공동선언'에 참여한 국내 6개 대표 기관의 지속적인 연대와 협력, 그리고 명확한 역할분담이다. 골드 로드로 불리는 오픈액세스 학술논문 출판과 그린 로드로 불리는 셀프 아카이빙 촉진을 위하여 각 기관들이 각자의 역할과 특징에 맞게 긴밀하게 공조할 경우 연구자 및 우리 사회 전체가 그 혜택을 누릴 것이다.

넷째, 연구자들의 적극적, 자발적인 동참이다. 오픈액세스 실행의 핵심주체는 연구자 또는 연구단체이다. 때문에 학술논문의 오픈액세스 투고, 셀프 아카이빙, 저작권 확보, 오픈액세스 학술지 출판 등을 포함한 오픈액세스 실행에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오픈액세스는 특정 그룹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고 부실·약탈 학술지로부터의 학술 생태계 보호 등 철저한 계획 하에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고 연대할 때 가능해진다. 이상의 제안들이 구체적으로 실행될 때 연구자, 기관, 시민 모두에게 열린 새로운 차원의 학술 커뮤니케이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데이터로 미래를 변화시키는 시대가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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