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尹 게이트" "朴 게이트"..프레임 씌우기 전면전

한기호 2021. 9. 1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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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UCU 라운지에서 열린 청년 싱크탱크 토크콘서트 '청년 희망을 해킹하라'에 참석,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지난 2018년 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당시 박지원(오른쪽 두번째) 국회의원(현 국가정보원장)과 조성은(왼쪽 첫번째)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이후 미래통합당 4·15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역임)이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여권인사 고발사주 의혹'이 여야 간 '윤석열 게이트냐, 박지원 게이트냐' 프레임 대결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캠프는 12일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이 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캠프 측은 박 국정원장과 조 전 부위원장의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근거 삼아 폭로의 배후에 박 국정원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캠프 종합상황실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의 본질은 윤 전 총장의 '고발사주 의혹' 아닌 '박지원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7월 21일 '박지원의 수양 딸' 조성은 씨가 언론에 제보하고, 8월 11일 박 국정원장과 조씨가 식사를 하고, 9월 2일 언론매체 뉴스버스가 단독기사를 쓴 이후 '윤석열 죽이기'는 잘 짜놓은 각본처럼 일사천리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면서 "박 국정원장이 야당의 유력 주자를 제거하기 위해 대선에 개입한 의혹이 불거졌다. 박 국정원장을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캠프의 주장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친여(親與)단체의 윤 전 총장 고발장 접수 이틀 만에 고발인 조사를 실시하고, 다시 이틀 만인 지난 10일 '손준성 보냄' 파일 전달책 의혹을 받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사무실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데 대한 불만이 반영됐기도 하다. 공수처는 앞서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실 압수수색이 영장 제시가 없는 등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며 김진욱 공수처장을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또한 수사팀이 '조국·미애·오수' 등 키워드로 컴퓨터 내 파일을 수색했다며 부당한 정보수집을 의심했다. 이날 공수처는 "김 의원은 (압수수색 범위가 적시돼 있는) 영장을 건네받아 상세히 읽고 검토한 바 있다"고 맞받았는데, 국민의힘은 "의원회관, 지역구 사무실에서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대응했다.

제보자인 조 전 부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총장이 수사를 회피할 목적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조 전 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국정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여권 인사와의 친분 관계는 논란이 될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오랜 친구"라고 선을 그었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이) 정치검찰의 고발사주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는 국정원장까지 끌어들여 황당한 물타기까지 시도하고 있다"면서 "침묵, 책임 떠넘기기, 물타기는 더 이상 이 사건을 덮을 수 없다. 스스로 수사를 통한 진실 밝히기를 촉구해왔던 만큼, 당당하고 성실하게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윤 전 총장은 공수처 수사에 협조하고, 일련의 의혹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면서 "증거 운운하기 전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전 검찰총장이자 현 대선주자로서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도리"라고 압박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둔 여야의 프레임 대결의 결말을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 상황으로는 윤 전 총장에게 더 큰 의혹이 쏠리면서 구석에 몰리기는 했으나 여권이 의혹 폭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공작 음모라고 나가면 야당 전체가 손을 잡아야 하는데 (대선 경선 국면에서) 그럴 상황이 아니다"며 윤 전 총장의 직접 소명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제보자의 문제가 아니라 고발장을 전달했느냐가 본질"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원책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국민들은 진실 여부가 드러나기 전에 먼저 '권력이 해도 너무하는구나' 생각해 권력이 '골리앗'이 돼버리고 윤 전 총장은 약자, '다윗'이 돼버린다"면서 "고발 사주냐 정치 공작이냐에 따라 윤 전 총장에겐 양날의 칼"이라고 해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누가 돈을 먹었다, 부동산 투기 했다 하면 간단하고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유발할 수 있지만 이 사안은 그렇지 않고 복잡하다"며 "국민의 반응이 얼마나 클지 생각하면 회의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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