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원격의료, 세계 최고 인프라 놀리고 있는 한국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원격의료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는 미국. 미국 원격의료 시장 1위 업체인 '텔라닥(Teladoc)'은 각 가정과 병원내 주치의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약 7000만명에 24시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원들의 각 가정에 설치된 스마트기기와 의료기기를 통해 확보된 의료기록과 질환정보 등이 해당 병원과 실시간 공유되고, 전담 주치의와의 진료도 10분이면 연결된다. 비용도 일반 대면 진료상담과 비교해 절반에 불과하다.
또한 화상진료를 통해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이 실시간으로 약국으로 발송되고, 해당 약국에서는 이를 각 가정에 배송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번거롭게 병원을 방문할 필요없이 집에서 한번에 모든 토탈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병원 방문에 따르는 물리적 이동시간과 비용을 파격적으로 줄이고, 병원 입장에서도 대면진료에 따르는 경비를 줄이고 더 많은 환자들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국가로 원격의료 시장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지난 2019년 416억 3000만달러(약 49조원) 규모에서 코로나 시대를 맞으면서 급성장, 오는 2027년에는 3967억 6000만달러로 약 10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의 원격의료 서비스가 일반 대면 의료서비스의 보조개념이었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비대면 의료서비스라는 차별성과 편의성 때문에 대중적인 의료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열악한 의료 인프라로 어려움을 겪던 중국에서도 원격의료 시장이 꽃을 피우고 있다. 올 초 춘절 기간동안 중국내 원격의료 플랫폼 방문자가 하루 150만명에 달했고, 원격의료 전문의사만 25만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 등 중국내 주요 온라인업체와 대형 보험사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급팽창 하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시대, 이처럼 환자들에게 더 편하고, 실용적인 원격의료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한국만 수십년째 원격의료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2000년대 초 부터 국회에서 계속 발의되고 있지만, 20년 넘게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원격의료를 주요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보건복지부, 과기정통부 등 각 정부부처별로 시범사업도 전개했지만, 의료계 반발과 추진력 부족으로 매번 전시성 정책으로 끝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올해 정부가 감염병 대응 차원에서 전화상담, 처방제도의 비대면화를 허용한 상태지만, 이마저도 한시적 조치인데다, 전화상담을 통한 처방 이외에 이렇다할 내용도 없는 실정이다. 원격의료가 지체되면서 그 불편과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규제가 장기화 되면서 원격의료 및 미래 의료산업 부문에서 선진국과 국내 업체간 경쟁력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의 텔라닥이나 중국의 알리바바 등 글로벌 업체들이 해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고, 최근에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 업체들도 미래 황금알을 낳는 원격의료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원격의료 규제 장벽에 저항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곳이 늘고 있다. 국내 대형 종합병원중에 하나인 세브란스 병원은 국내 최초로 화상 회진시스템을 도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병원내 입원환자로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향후 원격의료로 진화하기 위한 첫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여타 대형 병원이나 관련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의료계 반발이 크다' '우리는 대면의료체계가 잘 돼 있어 필요가 없다'. 이런 저런 핑계로 원격의료를 외면해 온 게 근 20년이다. 코로나 이후 원격의료 시장이 태풍처럼 불어 닥칠 텐데 우리는 또 어떤 변명을 늘어 놓을까. 앞서 준비하지 않으면 폭풍에 휩쓸려 떠내려 갈 수밖에 없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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