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選이 대한민국 바꾼다] 가짜 잡겠다며 진짜뉴스 가로막나

2021. 9. 1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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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두 국민의힘(창원 마산합포구) 의원
최형두 국민의힘(창원 마산합포구) 의원

이른바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코로나재난 민생파탄을 돌봐야 할 국회를 가로막고 있다. 민주당 내 여러 의원들도 걱정하고 개정안을 더욱 숙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데 민주당 강경 지지파들의 문자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언론의 가짜뉴스 폐해를 강조하며 언론자유의 본질을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핑계로 모든 언론을 싸잡아 비판하며 집권권력과 권력자에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위축시키고 봉쇄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려 한다.

국내외 언론단체, 인권단체들은 저마다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국내 7개 언론단체들이 "언론에 재갈을 물린 위헌적 입법 폭거"라는 성명을 냈다. 146개국 187개 매체 소속 60만 명 이상 언론인이 가입한 세계 최대 언론단체 '국제기자연맹(IFJ)'는 "한국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길을 여는 언론중재법안을 본회의에서 가결하지 않기를 촉구하고 이 법안을 폐기하기를 요청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60여개 나라 1만 5천여 언론사가 활동 중인 '세계신문협회(WAN-IFRA)'도 "이 개정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UN(국제연합)인권이사회마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경고 서한을 보냈다. 아이린 칸(Irene Khan)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달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한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추가 수정 없이 통과되면 정보의 자유와 언론 표현의 자유를 심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시민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9조에 규정된 조항을 준수하도록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다시 개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 서한은 "국제인권 기준에 일치하도록 수정하라"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유엔의 우려를 "국회의원들과 공유해 줄 것을 정중히 촉구한다"고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공개하지도 야당에 보내지도 않았다가 유엔의 전격 공개로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국민들이 우려하고, 야당과 수많은 언론사가 반대하고, 국제언론단체들, 마침내 유엔마저 이 법안의 폐기를 촉구하는 이유는 징벌적 손해배상, 고의·중과실 추정, 기사열람차단청구권 등 독소조항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다.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나 인격권 침해 등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손해액의 5배 범위에서 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정하게 하겠다 한다. 언론사가 문을 닫게 할 정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해 '가짜뉴스'를 잡겠다는데, 어디부터 가짜이고 어디까지 진짜인가? 유엔 특별보고관이 우려한 것처럼,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허용한 이 규정은 뉴스 보도, 정부·정치 지도자·공인 비판, 인기 없는 소수 의견 등 민주주의 사회에 필수적인 광범위한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별도의 법률로 규정한 나라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일부 주에서 판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미국조차 루이지애나주, 네브래스카주, 워싱턴주, 매사추세츠주 등은 주 대법원이 판례로, 뉴햄프셔주는 1986년 법률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폐지했다.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명예훼손죄 등 '형사처벌'과 불법행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제도를 이미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가하는 것은 '이중처벌' '과잉규제'라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둘째,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이다. ①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하거나 ②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해당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하거나 ③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삽화·영상 등)를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언론 보도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해, 고의 또는 중과실 없음을 언론사가 입증하도록 책임을 돌려버리겠다는 것이다. '보복적' '반복적' '충분한 검증절차'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 '왜곡' 하나같이 모호하고 불명확한 개념을 동원해 원고의 피해 입증책임을 언론사에 전가하고 있다.

셋째, 기사열람차단청구 제도 또한 대표적 독소조항이다. 기사열람차단청구 자체로 '가짜뉴스 낙인 효과'가 생길뿐더러, 청구가 들어오면 언론사 입장에서는 민형사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기사를 우선 내리게 되는 이른바 '위축효과'(Chillimg Effect)를 유발할 것이다. 언론중재법 논의를 위한 '여야 8인 협의체'가 8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기사열람차단청구권, 정정보도표시 등을 주요 의제로 26일까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은 지난 7월 27일 문체위 법안심사소위 회의 첫머리부터 "언론인들은 나가라"며 '밀실 처리'를 강행하다가 국내외 여론에 밀려 주춤해 한시적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문제의 법안 고수는 물론 다른 언론 관련 법안까지 패키지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정권 비판을 좋아할 권력은 없다. 하지만 '국민이 위임한 권력'의 남용을 권력자 스스로 경계했고, '권력의 감시자'(Watch Dog)로서 언론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했기 때문에 '언론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 선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한국기자협회에게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며 "정부는 기자들이 전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언제나 함께하겠다" 약속하지 않았나?

언론의 자유는 우리 공동체가 선택한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다. '여야 8인협의체'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민주당 '개정안'은 집권여당 주장처럼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언론징벌법'으로 자칫하면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를 추락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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